오성근(작가·전업주부)

억수장마입니다. 아이는 콜록거리고 창밖의 자동차는 세차장을 막 벗어난 듯 말끔합니다. 병원이라도 갈라치면 신발도 바짓가랑이도 흠뻑 젖어버립니다. 며칠 동안 갇혀 지내다보니 장맛비의 포로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지루함에 하품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아내입니다. 저녁을 먹고 온답니다. 아이랑 눈빛을 교환합니다. '이참에 우리도 한번…' 무얼 먹을까 의논하다가 돈가스와 돌솥비빔밥을 주문했습니다.

하루세끼 같은 반찬을 먹다가 색다른 음식을 접하는 건 큰 기쁨입니다. 그래 어쩌다가 외식이나 주문할 때는 설레기도 하고 흥분도 되지요.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배달통에서 나오는 돈가스를 보는 순간 '아차' 싶습니다. 돌솥비빔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맛 또한 형편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먹으라고 팔수 있지?' 생각 같아서는 뺨이라도 한 대 갈겨주고 싶었습니다.

삼년 전, 분당으로 막 이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율동공원을 함께 산책하던 일곱 살 바기 아이가 콩국수를 먹고 싶답니다. 유월이었지만 한낮의 더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 흐르는 땀도 식히고 출출한 배도 채울 요량으로 콩국수집에 들어섰지요.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갈등이 생겼습니다. 콩국수 한 그릇의 가격이 7,000원, 둘이 먹으면 14,000원입니다. 목소리를 낮춰서 다른데 가자고 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콩국수를 먹었지요.

콩국수의 맛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직원들이 손님 한분 한분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게 피부로 다가옵니다. 국수집을 나설 때 비싸다는 느낌대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수를 7,000원 주고 먹었음에도 정말 잘 대접받았다는 느낌이랄까요.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콩국수집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같은 가격의 냉면집에서는 냉면에 사용할 물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으니까요. 친절은? 두말하면 잔소리.

워낙 맛있고 친절한 집이 많다보니 새로 문을 여는 음식점의 성패가 일주일 안에 결정됩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한시도 게으를 수가 없습니다. 맛의 고수들이 더 좋은 맛을 내기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친절을 늘 고민하며 일상화합니다. 그런 콩국수를 제주에서도 맛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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