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찾아가는 장애인 인권학교 현장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소리로 가득했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그러나 아이들은 선생님을 보며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교실의 침묵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칠판 앞에 서 있어야 할 선생님이 휠체어에 타 있기 때문이다. 순간 아이들은 경계와 당황이 뒤섞인 눈빛으
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지난 11일 한라초등학교 6학년 5반에서 열린 '2008년 찾아가는 장애인 인권학교'가 시작하는 첫 모습이다.

장애인 인권학교에서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태환 사회복지사는 "어느 초등학교를 가나 아이들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며 "교육이 끝날 때는 아이들도 달라진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장애인 인권학교는 장애인 강사를 초등학교에 파견해 초등학생들에게 장애의 유형과 장애인의 인권문제, 차별문제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날 상반기 마지막 수업이 이뤄졌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제주시내 4곳의 초등학교에서 41학급, 1443명이 교육을 받았다.  

장애인의 인권, 차별 등 다소 어려운 주제로 교육을 하다보니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수업이 시작하면 아이들을 어떤 수업보다도 서로 경쟁하듯 발표하며 수업에 열중한다.

발표를 잘하거나 문제를 맞힌 사람에게 주어지는 한 알의 사탕은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촉매로 작용했다.

김 복지사가 "청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수화를 빨리 배워 도와준다, 핸드폰으로 글씨를 쓴다 등 재미있는 대답이 쏟아졌다.

건드리기만 해도 '까르르' 웃는 초등학생들이라 수업 도중 선생님이 재미있게 하거나 조그만 실수가 나오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 교실은 활기가 넘친다.

웃고 발표하는 수업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수업 시작 전 선생님을 바라보던 경계의 눈빛도 이젠 없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최종민 어린이는 "장애인이 반대말이 비장애인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알고 많은 것을 배워서 기분 좋아요"라고 뿌듯해 했다. 

5반 담임인 서지영 선생님은 "아이들이 '우리반은 언제 오느냐'고 묻는 등 너무 재미있어 한다"며 "교육이 끝난 뒤 아이들은 장애인이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주변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김 복지사는 "많은 초등학교가 예산 문제로 장애인 시설을 구비하지 않아 교육을 가면 힘들때가 많다"며 "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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