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숙(주부)

무더운 계절이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한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에게 권력의 종주먹을 들이대고 있다. 국가든 가정에서든 권력을 가진 자가 자기 뜻대로의 소통이 안 될 때 무서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우리들은 종종 보아 왔다. 자기 안에 갖힌 사람이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란 그렇게 어려운 모양이다.

무더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이번 주 금요일 제9회 제주여성영화제가 개최된다. 벌써 아홉 번째니 지방의 작은 영화제치고는 꽤 오래가는 셈이다. 영화관련기관도 아닌 일개 시민단체가 개최하는 이 영화제가 사람들에게 어필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제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뭔가 느낌이 다르다’라는 말로 영화를 본 소감을 대신한다. 그 다른 느낌을 ‘소통의 모색’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유명한 배우도 현란한 CG 기법도 수많은 엑스트라들도 안 나오는 작은 영화들. 거대 자본이 투자 되어야만 멋지고 폼 나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작지만 진실성을 담보한 영화들이 여성영화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영화들은 사람과 사람들 간의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한다. 가부장제 아래서 신음하는 여성들, 성적 소수자, 장애인들, 결혼이주여성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등 우리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삶들을 조명하고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인도 등 익숙지 않는 지구 곳곳의 여성들 삶을 극영화나 다큐멘터리 또는 애니메이션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전한다.

틀에 억매이지 않는 형식과 다양성을 함축한 영화들은 사람들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또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며 연대의 힘을 구축하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들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사회의 약자들의 처지를 알게 해준다.

그리하여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우리 주변 여성들의 삶을 필름에 담아보고 싶게 하는 힘이 생겨난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고 또 존중되어야 하지만 획일적인 삶에 기준을 맞추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기준에 맞지 않는 삶을 애써 무시하며 외면해 버리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여성영화가 그런 삶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장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여성영화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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