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침체 직격탄 영세자영업자 등 줄줄이 고사 위기…빈곤층 전락 우려도

내수 경기 침체 직격탄 영세자영업자 등 줄줄이 고사 위기…빈곤층 전락 우려도
관광 성수기 기업경기·생활형편지수 전국 최저 수준 "그냥 노는게 남는 장사"

고물가·경기침체로 지역 경기는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갈수록 지갑 여는 손이 더뎌지지만 그렇다고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나빠지면서 가계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줄었다

내수 경기 둔화 등 경기 위축 분위기는 자영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했다.

통계청 제주통계사무소의 올 2분기 제주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내수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비임금근로자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2분기까지 12만1000명이던 자영업주 등 비임금근로자는 올 6월말 현재 11만5000명으로 4.6%나 감소했다.

이중 자영업주는 9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4000명에 비해 3.2% 감소했으며, 무급가족종사자는 2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9.8%나 감소했다.

인건비 부담 등이 커지면서 별도로 종업원을 두기보다는 가족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흐름에 비춰볼 때 불황으로 돈을 받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일감’까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는 17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 근로자는 9만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4.6%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일용직은 3만1000명으로 11.6% 감소했다. 임시근로자가 5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9%나 늘어나는 등 이달부터 적용되는 비정규직 보호법 파장이 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고용 불안’상황은 여전하다.

2분기까지 취업자는 29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1% 증가했지만 서민경제의 바로미터인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증가율은 오히려 2.9% 감소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실업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데도 실업률은 낮아지는 이른바 ‘실업률 착시’현상은 구직 의욕을 꺾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임금 근로자 중 영세 자영자나 무급 가족종사자, 임시·일용직 등은 모아둔 재산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통지수’ 高高

지난해 연말 이후 꿈틀대기 시작한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통계사무소가 발표한 지난달 제주지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4%나 급등했다. 지난 1998년 11월(6.9%)이후 9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8.7%나 치솟았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에서 제주지역 경기는 ‘악’소리가 날 정도다.

올 초 모 경제 연구기관이 분석한 생활경제 고통지수(생활물가 상승률+체감실업률)는 전국 대비 양호한 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여름 관광 성수기를 앞둔 도내 기업·상인들의 체감경기는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기준 제주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100기준·한국은행)는 올 들어 48p나 하락한 43으로 I외환위기 직후인 98년 3분기(46)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국평균 77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동향지수(생활형편CSI=100기준)도 62로 전국 평균 67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되는 등 경기 관련 지표가 대부분이 ‘위기상황’을 알리고 있다.

제주 시내에 165㎡ 규모의 단란주점을 운영해 온 김모씨(여·48·제주시 이도2동)는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가게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영업권을 넘겼다 오히려 돈을 떼였다”며 “지금 같아서는 다른 장사를 하기보다는 그냥 노는 게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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