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녕해수욕장에서 열린 지체장애인 바다체험대회 현장

   
 
   
 
지체장애 3급 김경숙씨(47·여)는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드디어 아들 고성준군(9)과 함께 그동안 꼭 한번 타고 싶었던 바나나보트를 타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5년이 넘도록 바닷물 속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김씨의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설레고 있었다.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게 당연했다.

김씨는 "5살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이렇게 됐다"며 "우도에 살던 어릴때는 불편한 다리로 수영도 많이 했지만 요즘에 거의 못해봤다. 바나나보트는 처음타는데 너무 설렌다"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리쬐는 태양과 백사장, 옥빛 바닷물을 보고 바다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들은 이마저도 제약을 받는다. 이들은 먼 곳에서 부러운 눈빛으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잘려나간 팔, 가늘어진 다리를 원망했다.

이들에게 바닷물에 몸을 적시는 일은 수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큰 행사다.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한 '2008년도 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 바다체험 대회'가 지난 2일 제주시 김녕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체험 등 지체장애인들이 평소에 즐기기 힘든 바다체험활동으로 이뤄졌다. 

수많은 지체장애인들이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장애인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나, 둘씩 아슬아슬하게 바나나보트에 올라탔으며 스노크링을 위해 장비를 착용했다.

바나나보트가 굉음을 내며 출발하자 장애인들은 마음속에 쌓아왔던 스트레스를 바닷바람에 날려버렸으며 스노클링을 하는 장애인들은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했다.

지체장애 4급 문순심씨(50·여)는 "지난해 행사때 비가 와서 모든 일정이 취소돼 체험을 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보트도 타고 수영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뿌듯해 했다.

20년전 육상대회에 출전했다가 대회 도중 쓰러져 지체장애를 갖게 된 김영준씨(46) 역시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데 몸이 불편해 답답하다"며 "목욕탕 찬물에서 수영하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너무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제주도 지체장애인협회 강인철 사무처장은 "해양체험 행사는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체험 활동 중 하나"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해양스포츠 및 여가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장애인들이 자신감을 얻고 비장애인들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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