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다문화시대 공생사회로] 4. 사슬의 고리 (1)외국인 노동자
"한국 빨리보내준다" 브로커 개입 비용 사승
사전교육기관 난립 지도.통제 힘들어 악순환

   
 
  ▲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이 취재단에게 외국인 노동자의 송출비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다문화공동취재단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이들의 삶은 순탄치 않다.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일회용'취급을 받으며 체불·폭행을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들은 침묵한다. 왜 그런 것일까. 태국·베트남 산업인력공단 지사장을 만나 이들의 송출과정을 되짚어본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으로 오는 과정은 이렇다. 한국어시험 통과후 건강검진, 구직신청을 하고 한국에 서류를 보낸다. 고용주가 구직자를 선택하면 구직자는 사전교육을 받는다. 입국 5일전 다시 재교육을 받는다.

한국에 가기 위한 비용을 통상 699달러로 잡는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비용까지 포함된다. 한국어시험은 개별 부담으로 17달러다. 나라별 약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총 10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태국에서 고용허가제로 온 티파폰씨(35·경기도 안산시)는 송출비용으로 10만 바트(한화 약 300만원)를 사용했다.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불법체류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타나폰씨(33·경기도 안산시) 역시 송출비용으로 10만 바트를 썼다.

송출비용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타나폰씨 아버지 솜삭씨(55)는 "딸을 한국에 보내기 위해 여기저기에 빚을 져 그동안 생활이 힘들었다"며 "주변에 한국에 자식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송출비용이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 낸다"고 설명했다.

송출비용이 부풀려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부에 등재된 구직자들의 대기기간이 빠르면 한달이지만 늦으면 몇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큰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 돈을 벌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선다.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은 "사전교육기관에서 브로커들이 개입해 대기자를 '한국에 빨리 보내주겠다'며 꾄다"며 "보통 150만원에서 300만원을 브로커에서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사전교육기관 중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은 1곳뿐이다. 나머지 26곳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곳이 수도 방콕에서 3∼4시간 걸릴 정도로 멀어 지사장 1명이 관리감독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곽 지사장은 "사전교육기관이 전국에 산재해 지도·통제가 안된다. 인력증원이 절실하다. 지난해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지만 지연된 상태"라며"사전교육기관을 줄이거나, 국가가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지인웅 한국산업인력공단 하노이 지사장   "송출비리 막겠다는 정부 의지 관건"

   
 
  ▲ 지인웅 지사장  
 
베트남 사회에서 일반화된 '커미션 문화'가 한국으로의 노동이주과정을 왜곡하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의 비공식송출비용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겨져 이들의 발목을 죄고 있다.

지인웅 한국산업인력공단 하노이 지사장은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빚을 갚고도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일해야 하고, 빚을 다 갚지 못할 경우 불법체류를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의 송출비리는 예비시험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각 성에서 예비시험을 거쳐 할당 인원을 선발한다. 한국어 시험 합격률이 85%로 높아 할당인원에 포함되는 것이 '한국행'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 지사장은 "예비시험은 각 성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문제유출, 대리시험, 채점부정 등의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이 과정에서 금전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이 문제를 여러번 지적했었고, 예비시험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베트남은 커미션 문화가 널리 퍼진 사회여서 송출비리 근절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 지사장은 송출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우리다. 우리정부가 필요한 정부를 상대로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파기하는 등 강력한 정부의지를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 고용허가제를 만들 때는 불법체류가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5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순히 상대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외교적으로 단·중·장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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