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제주외국어고등학교 논술강사)
강혜경씨. | ||
하지만 기사님들의 불친절함, 난폭 운전, 버스 노선의 장거리화, 외곽 및 중산간 지역 소외 등 몇 가지는 여전히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은 배차 시간 무시와 경유 버스의 건너뛰기다.
며칠 전 나는 중산간 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자주 없어서 항상 시간표를 확인하고, 10분 정도 일찍 나와 기다린다. 그날도 2시 47분에 경유되는 버스를 타기위해 40분부터 뙤약볕 아래 서 있었다. 그러나 40분이 흘러도 버스는 오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친 나는 몇 차례 문의 전화를 거쳐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나의 항의 민원에 담당자는 '그럴 리가 없다', '시간표를 제대로 확인했느냐', '40분부터 기다린 게 맞느냐'를 물어볼 뿐 사과는 없었다. 화가 난 나는 정류소에 붙여진 경유 시간표를 일일이 읊어댔는데 아뿔사! 오래 전에 변경된 옛날 시간표라는 것이다. 연락처도 남겨져 있지 않은, 그것도 오래 전 변경된 버스 시간표를 믿고 나는 40분 이상을 뙤약볕 아래 있었던 것이다.
나 이전에 누군가도 그랬을 것이고, 나 이후에 누군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니 관리처와 담당자의 무책임함에 더욱 화가 났다. 몇 분의 실랑이 끝에 담당자는 사과를 했고 다음 차량 기사님과 통화 후 도착시간을 연락해 줄 것이며, 버스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와, 변경된 시간표를 팩스로 보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2시 47분의 버스를 3시 32분! 50분이 넘는 기다림 끝에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의 독서, 창 밖 풍경 감상,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을 위한 명상,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관찰, 이것들이 자가용의 편리함과 빠름의 매력 못지않은 버스의 매력이고, 나와 같은 뚜벅이들의 행복이며, 대중교통 애용의 이유이다.
관리처와 담당자가 변경된 시간표를 제대로 교체하고, 중산간 경유 버스에 대한 관리에 좀더 신경쓴다면 나와 뚜벅이들은 상쾌한 마음으로 버스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저녁 6시 10분! 정류장에 서 있을 것이다. 나는 바란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나를 두고 가지 않기를! 약속 시간 6시 25분을 지켜주기를!
또다른 뚜벅이로서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정확한 도착에 보태진 기사님의 반가운 인삿말입니다. 간혹 반갑게 맞아주시는 기사님의 버스를 탈때면 "감사합니다"라고 보답할 마음에 도착지로 가는동안 내내 그렇게 따뜻하고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