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사과

<이수진 감독 / 2007 / 21min / 35mm / color>


# 상영섹션 - 코믹열전

# 상영일정 - 8월 24일(일) 오후 5시


# 줄거리

무더운 날. 막다른 골목, 대오에서 이탈한 노동자와 전투의경이 각각 대치하고 있다.

단지 입고 있는 옷에 따라 둘은 적으로 규정되고 지난한 대치가 반나절을 지날 쯤 둘의 상황은 슬프고 슬퍼서 웃긴 하나의 블랙코미디가 된다.


# 연출의도

사람이 사람을 좀 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블랙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다.


# 영화 <적의 사과>는...

마치 예견한 것 처럼 <적의 사과>는 요즘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제작은 지난해 됐지만 정권이 바뀐 덕(?)인지 몰라도 최근들어 여기저기 초청돼 주목받는 영화다.

영화는 시위대에서 분리된 시위자와 전경의 대치상황을 다룬다. 내리쬐는 뙤약볕이 안겨주는 열기만큼 대치상황도 열기를 가득 품은 공기로 가득하다.

이미 두 사람은 땀과 피로 흥건해져있고 조금만 움찔하면 서로 어떤 파국을 맞을 지 모를 일촉즉발 상황이다.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방송 뉴스보도에서 봄직한 장면이다. 하지만 뉴스와 차별점은 코미디가 끼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대치상황이 심각하긴 하나 본질을 따지고 보면 코미디는 코미디다. 정치권 몸싸움을 일컬어 우리가 코미디라고 말하는 것 만큼. 다만 정치권 몸싸움은 이제 시들해진, 철 지난 코미디고, <적의 사과> 속 싸움은 코미디로써 새로운 소재다.

이수진 감독은 시위대와 전경대 모두 경험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영화화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유머코드는 감독이 실제 느낀 허무함 그대로다.

'대체 왜 저렇게 대치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결국 싸워 이겨 얻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웃음코드와 버무려져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적의 사과>의 강점은 대치한 상황 속 인물들의 당위성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위대와 전경대를 그릴 때 우린 흔히 어느 한쪽의 입장을 두둔하거나 대변하지만 <적의 사과>는 철저히 두 입장에 객관적이다.

객관적 입장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에 코미디로서 영화는 미덕을 지닌다. 풍자는 상대와 거리를 두고 "네가 얼마나 쓸데 없는 짓을 하는 줄 알아?"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다.

영화 역시 두 입장에 손가락질 한다. "얼마나 쓸데 없는 짓을 하는줄 아니?"라고.

그렇다. 우린 얼마나 지금도 상식을 상대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아까운 에너지를 쏟고 있는가.  

<이영윤 제주영화제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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