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시스】

한국 올림픽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환에게 숨겨진 비결이 있다면 바로 수영복이다.

박태환은 반신 수영복을 입고 금메달의 영광을 누렸다.

수영복은 수영 선수들의 또 다른 '전쟁'의 한 부분이다.

미묘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예민한 운동인데다가 물의 저항과 싸우는 스포츠여서 수영복의 물에 대한 저항력을 포함한 성능은 0.01초의 승부를 가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태환도 예외는 아니다. 반신 수영복을 입고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자신에게 맞는 수영복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거쳤다.

주로 반신 수영복을 즐겨 입었던 박태환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200m, 400m, 1500m)을 차지할 때도, 2007년 11월 열린 경영월드컵 3차, 5차, 6차에서 3차례 연속 3관왕을 달성할 때도 반신 수영복을 착용했다.

반신 수영복을 즐겨 입던 박태환은 2008년 2월 전신수영복 '레이저 레이서(LZR Racer)'가 출시된 이후 전신 수영복 착용을 시도했다. 레이저 레이서를 개발한 스피도는 박태환을 위해 10억여원을 들여 '맞춤 수영복'을 제작했다.

레이저 레이서는 스피도가 올해 2월 창사 80주년을 맞아 개발한 제품으로 이 수영복이 개발된 이후 레이저 레이서를 입은 선수들이 세운 세계신기록만 무려 30여개에 달한다.

스피도는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3년간의 사전조사와 치밀한 연구를 했다.

영국에 있는 연구소에서 개발된 이 수영복은 400여명의 세계적인 수영 선수들의 몸을 3D 입체 패턴 측정해 제작됐다.

뿐만 아니라 스피도는 공간 저항 테스트 부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항공우주국(NASA)과 연계, 수영복 표면 원단에 대한 60가지 이상을 테스트해 최상의 공간 저항력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냈다.

레이저 레이서를 개발한 후 스피도는 마이클 펠프스(23, 미국)와 그랜트 해켓(28, 호주) 등 세계적인 수영 스타들을 상대로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했고, 당시 펠프스는 "로켓과 같은 느낌을 경기 때까지 참을 수 없다. 이같은 수영복은 수영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박태환도 지난 4월 열린 제80회 동아수영대회 대학남자부 200m에서 레이저 레이서 전신 수영복을 입고 아시아기록을 세웠다.

같은 대회 400m에서도 아시아기록을 세웠지만 박태환이 전신 수영복을 입고 신기록을 세운 것은 200m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 경기 이후 "부력은 뛰어나지만 어깨가 결리는 점 때문에 올림픽에서는 반신 수영복을 입을 것 같다"며 좋은 수영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수영복임을 설명했다.

당시 노민상 수영국가대표팀 감독도 "레이스를 하는 것을 보니 승모근(僧帽筋)쪽에 압박을 받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박태환은 반신 수영복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했고,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게 됐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입어야 한다는 박태환의 '줏대'가 먹혀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진정한 명장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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