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감독 조재형 / 2008 / 17min / 35mm / color>


# 상영섹션 - 비열한 거리2

# 상영일정 - 8월 25일(월) 오후 5시


# 줄거리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배달 일을 하며 땀을 흘리는 남자. 월급을 받아 딸이 좋아하는 사과를 사 들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급하게 자신의 자전거에 뛰어든 고등학생을 만나게 된다. 땀 범벅인 고등학생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데 ..


# 연출의도

역사의 소용돌이에 자신도 모르게 휘말리는 한 소시민의 모습을 통해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생채기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다.


# 영화 <그날>은...

<125 전승철> 처럼 <그날> 또한 한 영화와 대척점에 서 있다. 바로 <화려한 휴가>다. 만약 <125 전승철>과 <그날>을 보고나면 왜 한국영화가 감정과잉 강박증에 걸렸는지 의아할 것이다.

제작비면에서야 <그날>이 <화려한 휴가>와 비교대상도 되지 않지만 가슴속 울림은 <화려한 휴가> 못지 않다. <화려한 휴가>는 정면으로 '5.18'의 '학살'을 다뤘지만 아쉽게도 '폭력에 대한 반성'보다는 '폭력에 대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휴가>가 그렇게 천진난만했던 광주 시민들이 어떻게 공권력에 대항하고 총을 들 수 밖에 없는 가를 말하지만, 결국 폭력앞에 대항 할 것은 폭력이라는 명제를 긍정하고 마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날>은 학살의 현장에서 한 걸음 비켜나 학살의 현장에 있었던 소시민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도 모르게 공권력을 피해버리는 모습 속에서 공권력이 과연 '악'인가, 시민들이 과연 '선'인가를 따져 묻는다.

<화려한 휴가>가 폭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집단논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그날>은 시민 개인의 논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휴가>는 광주시민 집단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에 감정이 과잉될 수 밖에 없다. 집단논리를 관객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학살을 전면적으로 드러낼 수 밖에 없고, 가족의 애끊는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관객들의 싸늘한 반응이다. 물론 관객들은 손수건을 붙잡고 눈시울을 적실테지만 이는 학살을 도리어 즐기는 행동이다. 극장 밖에서는 다시 5.18에 대해 싸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날>의 정서는 다르다. 결국 관객 개인에게 선택을 하라고 질문하기 때문이다. 5.18 상황에서 공권력이 당신에게 총을 겨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오싹한 질문이자 쉽게 내릴 수 없는 답이다. 내 안에서 5.18을 받아들여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떨 것 같나. <이영윤 제주영화제 홍보팀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