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대학' 운영주체·예산없어 발 동동…내년 개강 장담못해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2년째 근근이 운영돼와
 빈곤계층 "우리도  셰익스피어작품을 읽고 싶다"

'빈곤계층을 위한 자활의지 고취를 위한 제주희망대학 인문학 과정(희망대학·학장 윤용택)'이 개설된 지 2년째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강좌는 국내는 물론, 제주지역도 거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 희망대학에서 철학뿐 아니라, 문학·역사·예술·미술·교양 등을 배운다.

개강초기 '빵'을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이들에겐 인문학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거나 호사스런 장식품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루이틀, 강좌를 듣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왜 촛불집회를 하는 지 이해치 못했다는 독거노인생활 관리사 이춘애씨(52·서귀포시 동홍동)는 "인문학 수강 이후 촛불집회는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성난 민심이 분출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희망대학에서 변화되고 있다. 빈곤의 악순환으로부터 탈출하는 법, 세상을 보는 눈과 가난한 자신들의 삶의 환경을 성찰하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다. 그런 희망대학이 운영주체와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향후 개강이 불투명해졌다. 이제껏 뜻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근근이 운영돼 온 희망대학.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도 인문학을 배울 권리가 분명 있다. 이들에게 삶의 희망가를 들려줄 희망대학이 안정된 지원체계, 운영주체에 의해 운영될 수는 없는지, 제주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희망대학은

제주에는 2만여명의 극빈계층과 2500여 가구의 한부모가정(2006년 말 현재)이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으로는 최저 생계비·주거비·교육비 등을 위해 기초생활보장 급여가 시행되고 있으나,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의 사회적 삶으로부터 소외되고 있고 자활의 의지가 상실돼 있다. 지금까지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적 대안으로는 주로 직업교육을 시행해 왔다. 그런데 이들이 삶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빈곤의 악순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 자신이 삶의 환경을 성찰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했다.

2006 제주희망대학 인문학 과정은 빈곤계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의 필요성에 의해 개설됐고, 저소득층과 한부모가정 25명을 교육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제주시·서귀포시에서 개설됐고 학생 47명이 수강하고 있다.

희망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수강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통해 자신의 삶의 변화뿐 아니라, 다른 극빈계층에게 중요한 모델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제주도내 인문학 강좌가 개설되기를 열망하는 극빈계층의 수요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작품을 읽게 되다니 꿈만 같네요"

희망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얼굴빛이 밝았다. 오랜기간 가난과 지병으로 고생을 했다는 김현실씨(42·서귀포시 동홍동)는 희망대학을 알게 된 것이 생애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나의 고통'만 알았던 김씨는 희망대학 수강생들의 아픔을 듣게 되면서 '내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며 즐겁게 사는 법을 조금씩 깨닫게 됐다고 좋아했다.

서귀포일터나눔자활센터 운전사 송민헌씨(65·서귀포시 상효동)는 "평소 월급만큼만 일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인문학  수업을 들은 이후부터는 내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남에게 베풀며 살리라고 마음먹게 됐다"고 밝혔다. 견적서 외에 글써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송씨는 인문학 과정에서 오랜 꿈인 문인에도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어릴때 너무 가난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허순희씨(53·제주시 일도이동)도 희망대학에서 제2의 삶에 불을 지피고 있다. 

허씨는 "셰익스피어작품도 공부하고, 촛불집회에도 참여해보고, 마치 내가 학생이 된처럼 가슴이 벅차다"면서 희망대학이 오랫동안 개설돼 삶에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희망했다.

 #"운영주체·예산 뒷받침해줬으면"

허씨처럼 희망대학 수강생들은 희망대학이 오랫동안 소외계층 곁에 머물러 있어주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2년간 일부 뜻있는 교수·강사진의 여력을 보태 근근이 유지돼 왔던 희망대학이 최근 운영난을 겪고 있다.

올해 제주시·서귀포시 지역자활센터와 제주문화포럼,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도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 희망대학을 꾸려왔다. 하지만 강좌 기획에서부터 예산신청, 강의, 수강생관리까지 사실상  교수 1명이 총책을 맡다보니 업무 과부하에 걸렸다.

빈곤계층에게 삶의 가치와 그들의 자존감을 찾아주겠다는 예초의 발상은 운영주체의 부재와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내년 개강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빈곤계층을 위한 인문학 과정이 제주사회에서 요구되고 있는 만큼, 제주도나 교육청 등 주요 기관들이 희망대학의 운영 정상화에 앞장서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렵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돕는 희망대학의 꿈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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