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아래 있는 남자

<정주리 감독 / 2008 / 22min / 35mm / color>

  

# 상영 섹션 : 코믹열전

# 상영 일시 : 8월 24일(일) 오후 5시


# 시놉시스

무더운 여름날 두꺼운 스웨터를 입은 청년이 기침을 하며 길을 걷는다. 청년은 지하 깊숙이 자리잡은 으스스한 식당으로 들어가 볶음밥을 시킨다. 음식을 남기고 나가는 손님들을 향한 주인의 욕설이 점점 더 심해지고, 청년은 접시를 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 연출의도

단순한 하나의 상황. 주변에 쉽게 영향 받는 소심한 남자가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손님이 가고 난 후 그들이 음식을 남기고 간 것에 대해서 뒷 담화를 해대는 식당 주인의 행태에 자기는 배가 부른 데에도 끝내는 음식을 모두 먹게 된다는 얘기.

상황의 큰 줄기는 이렇다. 여기에 공공연히 자행되는 손님들의 무의식적인 폭력 행위와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식당 주인의 폭력행위.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피해자로서의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배후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로써 다소 과장되고 코믹하기까지 한 상황에 키득키득 웃는 와중에, 마지막에는 이러한 일상적인 상황에서 때로는 가해자이기도 했고 때로는 피해자이기도 했던 보는 이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것이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의도한 것이다.


# 영화 <영향아래 있는 남자>는...

영화 이야기는 단순하다. 한 식당에서 남겨진 음식을 두고 남은 사람들이 뒷담화를 시작한다. 남긴 음식과 더불어 음식을 남긴 사람에 대한 부도덕함이 비판 도마에 오른다.

그럼 식탁에 있는 사람은? 뒷담화를 피하기 위해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사명감이 투철할 것이 당연하다. 제목 그대로 남자는 서서히 주변 인물들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는 사람마저 답답한 광경. 뒷담화를 하는 사람이나 남은 밥을 다 해치우는 손님이나 미련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가 스치는 순간. "이 장면, 어디서 본 듯한데". 미련하다고 지적할 이유가 없다. 어디에서나 우리가 겪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먹는 음식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영화는 숨겨진 폭력을 이야기한다. 개인을 상실케하는 사회적 폭력의 무참함을 폭로한다.

사람을 둔기로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닌, 은밀히 사회적 내부에 스며든 일상에서 개인의 행동과 사고를 통제하는 것도 폭력이라 이야기한다. 더구나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인 '식욕'을 교묘히 통제하고 감시하는 사회적 시선이 한 개인을 얼마나 처참히 무너뜨리는가, 결국 '감시와 처벌'의 사회적 기제를 영화는 조명한다.

단순히 웃고 넘길 코미디이지만 결코 웃고 넘길 수 만은 없는, 당신의 주위를 돌아보라. 당신은 감시당하고 있다. 

<이영윤 제주영화제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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