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통일염원 자전거행진 현장

문창희씨(41·제주시)의 하얗던 피부는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빨갛게 달아올랐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로 무장을 했지만 아스팔트도 녹여 버릴 듯 내리쬐는 태양 앞에선 방법이 없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지만 폭염속 쉴 세없이 돌아가는 자전거 페달 앞에서 문씨의 다리는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문씨는 기분이 좋았다. 든든한 아들 문성환군(12)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제주본부(이하 공동선언실천 제주본부)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1박2일동안 '통일염원 자전거행진'을 개최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출정식을 마친 순례단은 서귀고등학교 운동장을 시작으로 동·서부 2개로 나눠져 출발했다.

이들은 자전거에 한반도기를 매달고 일주도로를 돌며 도민들에게 통일 의식을 고취했다. 또 마을 어귀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통일 율동을 하는 등 갖가지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갑자기 내린 국지성 호우도 이들의 자전거 행진을 막지 못했다. 

순례단은 우의를 꺼내 입고 뒤쳐지는 사람들을 독려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동부 코스를 선택한 문씨는 "단순히 무작정 달리는 행사보다 통일을 염원하는 행사 취지가 마음에 들어 참여하게 됐다"며 "힘들지만 아들과 함께 추억도 만들고 통일에 대한 마음도 배울 수 있어 진정한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들 문군은 "다리와 엉덩이가 너무 아프지만 아빠랑 같이 할 수 있어 좋다"며 "통일을 위해선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늦둥이 막내 아들 강태승군(12)과 함께 참여했다는 강경민씨(53)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는 밀어줄 수 있다. 이것이 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막내아들이 어리지만 자전거를 타며 고생한 만큼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훈 공동선언실천 제주본부 통일청년회장은 "올해로 5회째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통일을 생각하고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 참가 인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일을 향한 조그마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서부 등 2개의 순례단으로 나눠져 출발했던 이들은 17일 오후 4시30분 탑동에 모여 해단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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