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생명평화축제 '평화바다 가는 길 꾸미기' 현장

서울 은평 씨앗학교에 다니는 정결양(15·서울)은 강정 마을 안길에 마련된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작은 나무 판자에 열심히 무엇인가를 그려넣었다.

10여분 동안 끙끙대던 정양은 '평화를 찾아가는 새가 되리라'라는 멋진 글과 그림을 그리고 전신주 사이에 연결된 철사에 까치발까지 해가며 자신이 만든 평화 메시지를 겨우 걸었다.

옆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이원석군(15·서울) 역시 '효도르랑 싸워서 이기면 해군기지를 허락하겠다'는 재미있는 내용을 쓰고 뿌듯해 했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강정에서는 '2008 생명평화축제'가 열렸다.

서울에서 평화를 테마로 잡고 제주로 생태기행을 나온 8명의 아이들은 축제 사전행사로 열린 '평화바다 가는 길 꾸미기'행사에서 강정에 대한 자신의 소박한 생각을 나무 판자에 그려 넣고 전신주 마다 연결된 철사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또 마을 주민 50∼60명이 3일 동안 정성스럽게 만든 각양각색의 평화 연등도 직접 달아보며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

평화 연등을 걸며 한동안 강정 바다를 바라보던 정양은 "이렇게 예쁜 바다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나의 조그마한 생각이 힘으로 작용해 강정 마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성진경 선생님(29·여·서울)은 "강정에 해군기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행사에 참여하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제대로 알게됐다"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공동체와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이곳 작은 마을에 와서 배우고 있다. 제주에 잘 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도민들과 마을 주민들은 도로와 전신주에 나무, 비둘기 등 평화를 염원하는 그림을 그려넣었다. 

평소 작은 스케치북이 불만이었던 동네 아이들도 이날은 커다란 전신주와 넓게 펼쳐진 까만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감으로 신나게 그림을 그려넣었다.

집집마다 '해군기지 반대'깃발이 세워져 다소 위협적이던 마을 분위기는 전신주와 도로에 형형색색의 물감이 칠해지자 축제 분위기로 변해갔다.

도민 김소형씨(25·여)는 "축제가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소박한 마을 축제가 정말 재미있다. 이번 축제로 많은 사람들이 평화에 대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올해로 평화축제가 2회를 맞았다. 이번 축제로 강정이 평화마을인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강정마을을 비롯해 제주 전역에 평화의 물결이 넘실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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