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과소동 통·폐합 등 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행정구역 조정은 과소동 통·폐합 수준으로 그치면서 읍면동 광역화 등 행정체제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에 맞게 읍면동을 광역화한 후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등 단일 광역 행정체제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행정구역 조정, 다음주 윤곽

정부는 지난해 7월 ‘소규모 동 통폐합 기준 절차 지침’을 마련하고 인구 2만명, 면적 3㎢ 미만의 소규모 동에 대해 통·폐합을 추진할 것을 지자체에 통보했다.

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과소동 통·폐합 등 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제주발전연구원에 의뢰했다.

다음달 마무리될 연구 용역은 △읍·면과 동의 인력 및 사무, 행정환경 비교 분석 등 실태조사 △행정구역 조정 대안에 따른 장·단점 분석 △선거구 및 사회단체 통합, 여유 인력 및 시설 활용 방안 등이다. 무엇보다 인구가 적은 동들을 합치는 기준 등을 설정하는 데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이에 따라 다음주 중간보고회를 개최해 통·폐합 기준(안)을 제시하는 한편 이달말에 행정시 설명회를 갖고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도는 제주발전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연말에 ‘동 조정에 따른 행정구역관련 조례안’을 제·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과소동 통·폐합은 지난 2005년의 ‘시·군 자치권 폐지’논의보다 더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가 적은 자연취락지역은 삶의 환경, 역사, 문화 등 지역 특수성이 강한 데다 동사무소 등 공공시설물의 위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인구·면적 등 통폐합 기준들이 제시되면서 서귀포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때문에 제주시가 통·폐합하는 주민센터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과소동 통·폐합을 위한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하는 등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이 고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과소동 통폐합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단순히 인구와 면적만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주민통합 선호도 등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역 실정을 감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자치도 정신 구현해야

그러나 단순히 규모가 적은 동지역을 통·폐합하는 것은 행정의 효율성 향상, 주민 밀착 행정 등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시·군 자치권을 폐지한 채 출범하는 등 자치계층은 1단계로 축소했으나 행정계층은 도-행정시-읍면동의 3단계로 존속시켜 단일 광역자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자유도시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단일 광역 자치의 행정체제를 이번 행정구역 조정에 포함시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소동 통·폐합과 대동제를 분리해 추진하면 이중적인 행정구역 조정에 따른 주민 반발 심화, 행정력 낭비도 예상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도 지난 2006년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 폐지 조례안을 심의하면서 행정시를 폐지하고 43개 읍·면·동을 광역화하는 ‘대동제’를 행정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의 연장선상으로 행정시를 폐지하고 읍면동을 광역화한 후 기초자치단체 또는 준자치단체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포함되지 않는 대동제는 이번 용역에서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제주발전연구원의 중간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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