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태풍 '나리' 피해 키운 복개시설 철거 주문
시, 해당 장소에 30억 영구시설물 설치…비난 자초

   
 
  ▲ 제주시가 지난해 태풍 나리 피해를 입은 복개구간(중앙초-삼담파출소)에 푸른숲 조성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태풍 '나리'의 내습으로 제주시내 도심지 하천 주변이 사상 초유의 물난리를 겪은지 오늘(16일)로 1년을 맞은 가운데 제주시 재난행정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태풍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돼 장기적으로 하천 복개 시설물 철거가 필요하다는 용역결과에도 제주시가 이 곳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겠다며 영구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6일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는 소중한 11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1307억원의 재산피해를 내는 등 사상 초유의 피해를 입혔다.

특히 읍·면지역 등 농경지에 큰 피해를 입혔던 다른 태풍과 달리, 나리는 제주시내 4대 하천에 큰 피해를 입혀 도심지를 강타한 이례적인 태풍으로 기록됐다.

엄청난 강우량에 하천이 범람하기도 했지만 상류에서 내려온 통나무 등이 하천 복개 시설물에 걸려 물 흐름을 차단, 도심지 하천 복개 시설물 주변 상가와 주택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당시 태풍 피해지역을 조사한 소방방재청도 한천·병문천·독사천·산지천 등의 복개 구조물이 태풍 피해를 키웠다며 도로·주차장 등으로 활용되는 복개 구간을 철거하고 자연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시 도심 하천 도시방재구조 진단 용역을 수행중인 (주)한국종합기술 등도 지난 6월 주민설명회를 통해 대체 도로 등을 확보한 뒤 하천 복개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장기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현 단계에서 하천 복개 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를 장기 대책으로 마련,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태풍 나리 피해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제주시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하천 복개 철거는커녕 오히려 녹지공간을 만든다며 복개지에 영구시설물을 설치해 제2, 제3의 나리 피해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제주시가 계획중인 복개지 도심녹지공간 조성 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모두 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병문천 복개지 1.85㎞에 파고라와 휴게소, 산책로 등 문화공간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특히 제주시의 이같은 구상은 태풍 나리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해초 나온 것으로 나리 피해후 복개지 영구시설물 설치에 대한 전문가 진단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하천 복개지에 영구 시설물을 설치, 사상 초유의 피해를 냈던 태풍 나리의 전철을 밟기보다는 전문가 용역결과에서 장기 과제로 제시된 복개지 철거 문제 등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4월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사업비 확보와 태풍 나리 등으로 사업시기가 늦어졌다"며 "나리 피해후 복개지 위에 녹지공간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주변에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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