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동화작가)

2006년 12월 말, 경복궁 안에 100년 만에 복원된 건물이 하나 있었다.
건청궁. 건청궁은 광무황제인 고종임금10년에 세워진 궁 안에 궁이다. 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양반주택에 가깝게 지어진 건물이다.

흥선대원군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하려던 고종임금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장소이기도 하고, 우리민족의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겪게 된 장소이기도 하다.

1895년 10월 8일 새벽 다섯 시, 경복궁안 건청궁 옥호루에서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의 국모였던 명성황후가 일본자객들로부터 무참히 시해를 당한 날이다. 그런데 1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 분하고 억울한 참극에 대해 일본이라는 나라 저들에게서 단 한차례도 제대로 된 사과와 참회도 받지 못했다.

얼마 전에 일본 총리가 바뀌었다.  '아소타로' . 그를 두고 우리는 극우파니 어쩌니 하면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 걱정들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일 관계는 과거에 대한 참회와 용서가 없이는 어떠한 관계 회복도 힘들다고 본다. 용서란,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자비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참회도 자비도 구하지 않는 자에게 무슨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용서했다고 했던가. 국민이 언제 일본을 용서했다고 대통령에게 말한 적 있었는가.

나는 절대로 독한 뿌리를 지닌 저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참회와 사과를 받기 전에는 말이다.

이제 일주일 후, 10월 8일이면 명성황후시해사건이 발발한지 113년이 된다. 국가적인 정책은 없지만 국민들 스스로 슬픈 역사의 그날을 잊지는 말아야겠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총리가 바뀌었으면 우리는 제일 먼저 저들의 총리에게 참회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해야한다. 물론 우리나라 대통령이 바뀌어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야무야로 흐지부지 하는 우리의 태도가 저들이 서슴지 않고 온갖 망언을 하게 만드는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10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을 맞이했다. 하지만 한번쯤 113년 전, 슬프고 아픈 그날을 되짚어보며, 우리민족의 가장 슬프고 참혹했던 비극적인 사건을 치욕스런 사건으로 일축하고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는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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