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여있는곳에서는 말이 돌게 마련이다. 세상살이가 말로 엮어져 돌아가는 것이고 보면 당연한 현상이 아닐수없다. 또한 말이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임을 전제할때 어쩌면 '많은 말이 오가는 세상'이 잘돌아가는 인간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도 말나름이지 내뱉는다고 좋은것만은 아니다. 말이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혜택이지만 함부로 내뱉어서는 예상하지 못한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 말은 쓰기에 따라 약이 될수있는 위력을 지니는 동시에 강한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대교의 가르침을 빌리면 말을 화살에 비유하고있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 다시 돌아올수없는 것처럼 말도 일단 입밖으로 나가면 주워담을수없는 공통적 특징을 지니는데서 그렇다. 입놀림을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있다.

말은 신중하게 선택해 써야한다는 교훈이나 다름없다. 신중성잃은 말을 흘렸다가 수습못할 처지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지않게 엿볼수있는 일이다. 설사 사실에 근거한 타인에 대한 부정적 얘기라해도 자신한테 반드시 이롭게 작용하지 않는 법이다.

쉽게 내던진 말 한마디로 자신이 뜻하지 않게 피해입는 꼴은 관료 또는 정치사회에서도 보아왔다. 보건복지부 고위관료가 조직내 성차별발언을 했다가 옷벗은게 얼마전이다. 법무장관의 퇴진을 부른 당시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발언과 야당 국회의원의 공업용미싱 발언도 일부 사례다.

최근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돌출발언으로 정가가 그야말로 떠들썩하다. 비공개로 열린 당의원총회에서 선거비용축소교육과 사전조치에 의한 기소면피등의 발언을 함으로써 파문이 일고있다. 발언대로라면 선거비용실사 개입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민감한 발언이 새나가 일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개인의 실언'으로 못박고있다. 부총장은 발언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않고있다. 야당인 한라라당은 대통령사과와 관련자문책, 특검제등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으로 맞서고있다.

집권당 당직자의 한마디가 정국을 흔들고있는셈이다. 집권당은 얼떨결에 내뱉은 실수라고 국민들에게 해명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의심섞인 눈초리다. 말의 실체가 과연 실언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를 판단해야하는게 또다시 국민들의 몫으로 남는가.<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