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제주환경연구센터 사무처장)

추석 즈음부터 시작된 위통이 거의 한 달 간 계속됐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면서 기다리면 괜찮아지려니 했는데 좀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진작 병원에 가봐야 했지만 내시경이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한 달이 훌쩍 넘어 버렸다.  

참다못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지만 더는 방법이 없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검사대에 누웠다. 수면 내시경이 있다지만 보호자 없이 혼자 왔다니까 그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일반 내시경을 할 수밖에.

새끼 손가락만한 관이 들어갈 뿐이라고, 목구멍이 막혀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느낌일 뿐 이라고, 전혀 그럴 일 없다고 의사가 거듭 안심을 시켰다. 나 역시 애를 낳으며 그 지독한 산통도 겪었는데 이게 뭐 그리 무서우랴 대범하게 마음먹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런데도 막상 내시경이 내 식도를 통과해 들어가자 정말 참기 힘들었다. 목구멍을 콱 틀어막는 것 같은 느낌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고, 뭔가가 금방이라도 목울대를 넘어와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관이 목을 통과하고 나서도 위장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자 위벽을 긁어내는 것처럼 괴로웠다. 어찌나 긴장하며 힘을 주었던지 다물었던 어금니며 검사대를 부여잡았던 손바닥이 다 얼얼했다.

내가 내 속을 보는 데 이리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되다니. 그러고 보니 내 것이면서도 정작 내 몸 속을 알 길이 거의 없구나 싶었다. 그저 밖으로 드러난 외양만 보며 살아가는 것이지. 

검사를 끝낸 담당 의사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식도와 위장, 십이지장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특히나 상처가 있는 부분은 크게 확대해서 자세히 보여줬다.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장기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아주 낯설고 이상했다. 40년 가까이 내 것이면서도 내가 볼 수 없었던 세계. 분명 나면서도 무시했던 내 반쪽을 만난 기분이었다.

의사 설명으로는 식도염과 위벽이 좀 헐어있다는 것, 그리고 심각하게는 십이지장 궤양이라고 했다. 아하, 그래서 힘들었던 것이구나. 40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오느라 힘들고 고단하다고 계속 신호를 보냈는데도 내가 보살피지 않았구나. 혀가 즐겁다고 무리해서 먹은 일이며, 마음에 맞는 몸을 만든다고 굶던 날들이 떠올랐다. 드러난 반쪽은 정성으로 돌보면서 그와 등을 맞댄 나머지 반쪽에 눈감고 있었으니. 눈을 가졌으니 오히려 더 눈 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손에 든 약 봉지가 내 마음처럼 묵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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