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도 노인복지회관 무료 새싹채소 보급 현장

   
 
  ▲ 24일 노형동 정든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이 직접 키운 새싹채소를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새싹채소입니다. 무농약이니 마음놓고 가져 가세요"

조용하던 김월선 할머니(78)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 할머니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채소를 받아 가려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직접 키운 새싹채소들을 무료로 받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소가 번지듯 김 할머니의 얼굴에도 싱글벙글 나이를 잊은 함박 웃음이 터졌다. 

지난 24일 오후 5시30분 제주시 노형동 정든마을 단지에서 전개된 새싹채소 무료 보급 현장에는 최근 중국발 멜라민 파동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경각심을 반영하듯 아이를 안은 주부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무농약 새싹채소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때문에 노인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300팩, 600명분의 새싹채소는 무료배급 20여분만에 동이 나버렸다. 

새싹채소는 씨앗에서 싹이 나와 잎이 1∼3개 정도되는 어린 채소를 말한다. 크기는 10㎝미만으로 작지만 다자란 채소보다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급되는 새싹채소들은 이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새싹채소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복지회관이 대유대림, 정든마을, 무근성 경로당 등 도내 3곳의 경로당을 선정, 지난 5월부터 '실내 새싹채소 수경재배교실'통해 노인들이 직접 재배한 '건강한' 채소들이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농약 등 몸에 해로운 물질은 전혀 넣지 않고 매일 물을 주며 정성스럽게 키웠다"며 "새싹채소를 오이무침 등 각종 무침에 같이 요리하거나 비빔밥에 넣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새싹채소들이 날마다 '쑥쑥'크는 만큼 어르신들의 자신감도 함께 커졌다.

문복실 정든마을 1단지 경로당 회장(75·여)는 "침체된 경로당 생활이 새싹채소 프로그램을 통해 활기를 되찾았다"며 "매일 아침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가 키운 채소들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여전히 우리가 사회에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전영록 제주도노인복지회관 관장은 "항상 받는 입장에 있던 노인들이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데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며 "프로그램 성취도 및 참여도가 높은 만큼 향후 참여 경로당을 추가하는 등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키워진 새싹채소들은 다음달부터 장애인 단체 등 복지기관에 무료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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