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휘청이는 자영업> 1. 찬바람 쌩쌩 구제주 쇼핑거리
태풍 나리로 안좋았던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게 올해 체감경기 바닥
경기침체, 대출금리 상승... 대박할인에도 닫힌 지갑 '삼중고' 속앓이

제주지역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평균을 웃돌며 6%대를 넘나드는 고물가 행진, 실질소득 감소로 서민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상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다. 세계경제위기와 맞물린 불안한 금융시장과 반토막난 주식, 오르기만 하는 대출금리,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실물경기 침체 등 불확실한 경제환경은 지역 소상공인의 미래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주말임에도 한산한 지하상가.  
 
1. 찬바람 쌩쌩 구제주 쇼핑거리

한창 쇼핑인파로 북적거려야 할 토요일(25일) 오후 7~8시 중앙로 지하상가. 상가를 돌며 만난 상인들은 요즘 매출이 괜찮냐는 질문에 일제히 "말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칠성로 일대 거리는 물론 중앙로 지하상가는 주말이라고 하기엔 한산한 모습이 역력했다.

곳곳에 할인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으나 쇼핑인파 자체가 없으니 별 소용 없는 듯했다. 심지어 '점포정리'문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등 주말 상가 거리는 이미 한파가 몰아치고 있었다.

△태풍 나리 이후 불경기 계속

15년째 지하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주말이라 이 정도이지 평일엔 지나가는 사람을 손으로 꼽아 셀 정도"라며 "또 대부분 아이쇼핑이지, 요즘엔 세일해도 안팔린다"고 밝혔다.

양씨는 이어 "지난해 태풍 나리 이후 매출이 떨어지면서 최근 10년동안 최악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나쁘니 할말 다했다"며 "게다가 대출이자까지 쑥쑥 오르니 한집건너 한집 대출금 때문에 속앓이 중"이라며 상가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보니 지금이 IMF보다 더 어렵다는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양씨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는 더 떨어졌다. 97년에도 느끼지 못했던 IMF(외환위기)가 이제 찾아오는 기분"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가을 늦더위까지 극성, 매출이 더욱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세일해도 안팔려 업종변경 속속

숙녀복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몇일전부터 '대박세일'을 내붙였다.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정이 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줌마옷', 즉 숙녀복 매장이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그나마 경기를 덜 타는 아동복으로 업종을 변경할까 고민 중이지만 이미 상가 내 아동복 시장이 포화된 상황이라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김씨는 "어제도 그렇지만 하루에 한벌 못파는 날도 많다. 그렇다고 50넘은 나이에 어디가서 다른일을 찾을 수도 없는 거 아니냐.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 견디는 것"이라며 "장부를 쳐다보기도 싫다. 속상해서 이젠 장부도 안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꽁꽁 얼어붙은 상가 경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토·일요일이면 빨리 해달라며 줄을 서던 옷 수선집마저 한산했다.

△ "인건비 안나와 있던 직원도 내보내"

매출 하락으로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렵게 되면서 직원없이 혼자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씨는 "한칸(4.38평)이 채안되는 11㎡(3.5평)인데도 임대료에 관리비, 세금 등 각종 공과금만 70~80만원이 넘는다"며 "결국 직원을 안써본 적 없던 옆집 가게도 수지가 안맞는다며 사람을 내보내는 실정"이라며 싸늘해진 상가 분위기를 전했다.

양승석 제주중앙지하상가상인회 회장은 "재래시장, 구도심권이 몰락한데다 경기마저 이러니 타격이 적지 않다"며 "3일 정도 이어지는 추석경기가 올해는 하루에 끝날 정도로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또 "상인들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도민들도 의식적으로 지하상가를 포함한 재래시장, 골목상권을 이용해주길 바란다"며  "또 쇼핑아웃렛에 대한 상인들의 우려가 적지 않은데 지역상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하며, 지하상가에 대한 행정 규제 역시 재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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