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기로에 선 제주 경관 <1>개발철학부재 제주경관 부조화

국·내외 도시들이 매력적인 경관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력적인 도시 경관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브랜드 제고를 통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좁은 길들, 오래된 성벽으로 이뤄져있는 캐나다 퀘백시는 건축물 외벽과 조화로운 꽃 상자, 가로수와 가로등, 휘장 등이 어우러지면서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도시들은 오랜 기간 내려온 역사 유적과 구조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 역사문화 경관을 창출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역사 유적이 적은 일본 오사카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도시 경관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세계 도시들은 지역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도시 풍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는 역사적인 유적과 건축물은 없지만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오름, 하천, 해안 등 세계자연유산을 바탕으로 올래를 만들고 돌담을 쌓는 등 독특한 삶의 문화를 형성해왔다. 자연 경관과 삶의 문화를 지역적인 특성으로 한 도시 경관이 요구되고 있다.

△난개발에 멍드는 제주 경관

하지만 체계적인 개발에 대한 철학 부재로 제주 풍경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한정된 땅에 아파트를 높게 지으면서 도민의 안식처인 한라산과 해안선을 가리고 주차장이 부족하다며 소중한 자산인 하천과 개울을 매립하거나 복개했다.

또 자동차의 이동과 통행, 속도를 중심으로 바둑판 형태의 도시개발계획이 이뤄지면서 녹지공간과 인도는 줄어드는 등 자동차 중심의 택지 개발이 속출하고 있다. 이도2지구 공동주택용지 1필지를 팔기 위해 고도 제한을 23m에서 40m로 완화, 다른 공동주택(15m)·단독주택(10m)과 확연히 차이가 나면서 경관 훼손은 불가피해지고 있다.

노형2지구는 도로와 보행자 도로 등 공공시설용지를 줄이는 대신 공동주택용지를 신설해 스카이라인 부조화와 주거환경서비스 저하가 우려되는 등 제주의 도시 경관은 경제 논리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이는 사업 부지가 갖고 있는 자연·문화 환경 등에 대한 고민없이 개발의 편의성만을 고려, 사업 부지를 깨끗하게 밀어내고 새롭게 건물을 짓고 나무를 심는 등 '싹쓸이 방식'이 자행됐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택지개발사업 방식을 제주도에 적용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 방식을 도출하지 못해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행정·전문가·주민 제역활 시급

도시 개발은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도시 개발 자체가 현재와 미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체계적인 도시개발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화산섬 등 제주 특유의 지질학적 특성을 비롯해 자연 지형을 배려해 건물을 짓는 등 제주다움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해야 한다.

또 강한 바람에 대응하고 한라산과 오름을 가리지 않기 위해 건축물을 높게 짓지 않는 등 조화로운 경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를 현대 건축에 반영시켜야 한다. 훼손된 도내 환경을 복원하면서 한라산과 바다의 조망권을 확보하는 한편 제주의 문화·환경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색상과 형태, 재료 등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독특한 자연 환경과 역사·문화가 반영된 도시 풍경은 지역 브랜드를 높여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시 경관에 대한 행정 의지와 전문가들의 참여, 주민들간의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특히 최근들어 해안가에 240m의 초고층 호텔 건립, 중산간 400∼550m에 관광단지 개발, 도심지에 100m가 넘는 건축물 건립 계획이 추진되면서 투자 유치와 경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에 걸맞는 도시 경관 형성을 위한 행정·전문가·주민간의 토론과 협의를 통한 대안 찾기가 시급한 실정이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부)는 "도시개발의 철학이 인간·환경·자연의 조화로 바뀌고 있으나 제주는 여전히 건물 고층화와 자동차 위주로 도시를 개발하고 있다"며 "구조물은 자연 지형을 존중해야 하고 주변 경관을 압도하거나 훼손하면 안된다. 제주지역에 맞는 구조물의 스케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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