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계추·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제민일보에서 명사 칼럼을 신설하고 원고를 부탁해왔다. 막상 글을 쓰려고 책상머리를 하니 글의 주제마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제민일보 독자들에게 뜻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어느 모임에서 대화의 논제가 됐던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너무 어려워 서민들은 지출을 반으로 줄이고 있는 이때에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일부 사람들이 연일 골프장잔치가 너무 지나치다는 이야기였다. 때(?)가 아닌데도  힘을 모아도 부족한 이때에 자중해야 할 사람이 자중하지 못하고, 겸손해야할 사람이 겸손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성숙할 수 록 겸손 한다" 이 속담은 성숙 할수록 자중할 줄 알고 오만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겸손한 사람은 해야 할 때를 알고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안다. 이것을 모른다면 겸손한 사람이 못되는 것이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겸손이라 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오만이나 자만하지 않는 것이 겸손이고, 남을  비판하고 무시하지 않는 것도 겸손이다. 이스라엘의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가장 훌륭한 지혜는 친절함과 겸손함이다" 자중 할 사람이 자중하지 못하는 것은 오만과 자만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겸손은 우리의 미덕이다. 겸손을 익히자.

중국의 고서 설원(設苑)에 이런 글이 있다.

덕이 높으면서도 남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 영화를 누리고, 땅이 넓고 비옥하여도 검소하게 사는 사람이 안녕을 얻으며, 지위가 높아도 겸손한 사람이 귀해질 수 있고, 군사가 많아도 언제나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 승리를 얻으며, 총명하고 재능이 있지만 겉으로는 어리석어보이는 사람이 이익을 얻고, 많이 듣고 기억하지만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이 넓음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이 여섯 가지를 겸손의 덕이라고 했다.

중국의 역경(易經)에 나오는 말이다. 

교만한 사람에게 해가 돌아가게 하고 겸손한 사람에게 이가 돌아가게 하는 법이며,  오만한 사람에게 분란을 가져다주고 겸손한 사람에게 순조로움을 가져다주는 법이다. 겸손하면 만사가 형통한다. 겸손하면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더욱 빛이 나고 낮은 자리에 있는 자는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 세상의 이치는 무엇이든 가득차면 기우러 지는 법인데 가득차도 기울어 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자(孔子)의 답은 간단했다. 조금씩 덜어내는 것이다. 높으면 조금 낮추고, 가득차면 조금 비우고, 부유하면 조금 검소하게 살고, 용맹이 뛰어나면 조금 나약함을 보이고, 언변이 너무 좋으면 말을 조금 적게 하면 된다.

겸손 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낮출 줄 알고 검소할 줄도 안다. 그리고 자신을 관리할 줄도 안다. 이것이 바로 겸손의 지혜요, 삶의 지혜인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완벽하고 만족한 상태에서는 행복을 느낄 수 없고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에서 행복은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행복도 겸손해야 느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이라도 겸손이 비집고 들어 갈 공간을 비우고 마음을 낮추어라 마음을 낮출 수 있는 사람만이 겸손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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