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숙사는 학교와 멀리 떨어진 학생들의 통학을 돕기 위해 주로 설치된다. 일반 하숙에 비해 편리하고 저렴할뿐만 아니라 공동체생활에 따른 협동성과 자주성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립은 물론 사립에서도 기숙사를 설치하는 고등학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한 도의회 교육의원이 조사한 도내 일부 고교 기숙사 현황은 학부모나 도민들에게 큰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고점유 의원이 제주과학고와 제주외고 등 5개교 기숙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의 대표적 영재학교 중 하나인 제주과학고의 경우 2인용 정도의 좁은 공간에 4명을 수용, 학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학생별 책상도 없어 그저 잠만 자는 곳으로 치부되고 있다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재학생이 120명에 이르는데도 급식실이 마련되지 않아 인근 탐라교육원 식당을 이용하는 형편이고 보면 뭐하러 기숙사를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위해 사감이 꼭 필요한데도 교육청이나 학교측이 예산 사정을 들어 사감 배치를 외면하는 것도 큰 문제다. 때문에 이들 5개교 가운데 2개교는 아예 사감을 두지 않고 있으며 2개교는 학부모 부담으로 일반인 사감이나 보조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어줍지않은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인해 어떤 학교에서는 급식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 학생 1인당 월 부담액이 34만4000원에 이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기숙형 공립학교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지역에서 수익자부담 원칙을 고집할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기숙형 공립학교가 외면당할 우려가 농후하다. 이는 결국 도·농간 교육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 뻔하다. 기숙사 확대 추세에 맞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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