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제역할 못하는 용역심의위원회

심의위원 6명 128건 심의해 '수박 겉핡기'논란 불거져
조례상 명시된 사후평가 유명무실 부실·중복 용역 초래
인력풀제·소위원회 도입등 제도적 개선 시급

용역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용역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심의위원 6명이 4∼5시간에 128건을 심의하는 등 '수박 겉핡기'심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사후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유사한 내용의 용역이 계속 추진되고 있고 일부 용역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등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용역시스템 총체적 문제

제주특별자치도 용역심의위원회는 지난 10월 10일 하반기 심의위원회를 열어 128건을 심의했다. 당시 용역 심의 안건은 문화재, 지질공원,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이뤄졌지만 참석 위원은 전체 11명중 6명에 그쳤다. 이 마저도 공무원 1명, 도의원 2명, 민간인 3명이 참여했고 심의시간도 5시간 걸린 것으로 파악돼 용역심의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심의위원중 문화재와 지질학 등의 전문가는 없는 데도 관련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용역 심의에 대한 자문과 의견을 받지 않아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앞서 참석 위원은 지난해 상반기 7명, 하반기 7명, 올 1분기 7명, 2분기 7명으로 조사되는 등 위원들의 책임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임문범 의원은 최근 도정 질문을 통해 "용역 분야는 다양한 반면 심의위원은 11명에 그치는 등 용역 심의의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며 "이로 인해 용역 결과물의 부실과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후 평가도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용역심의위원회는 관련 조례상 용역 결과를 평가하도록 돼있으나 평가는 이뤄지지 않는 등 사후 평가 조항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처럼 용역심의위원회의 전문성 한계, 유명무실한 사후 평가 등은 부실 또는 중복 용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 지천을 활용한 지역발전방안은 제주시 상점가·재래시장 상권벨트화 연구, 제주시 문화관광과 구도심지 상권 연계방안 연구, 문화 관광형 시범시장 육성사업 등 4차례의 용역을 통해 제시됐으나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중복 용역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제도적 개선 시급

제주도의회는 이에 따라 도정 질문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전반적인 용역시스템을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지난 27일 행정사무감사 강평에서 "각종 사업과 시책을 추진하면서 자체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외부 기관에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며 "이번 감사를 통해 제주도가 용역만능주의로 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책임 회피와 함께 지방재정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위원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소위원회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관홍 의원은 "연구기관의 박사학위 소지자 등의 인사를 3배수로 위촉하고 해당 전문분야를 심의하는 인력풀제 또는 소위원제 운영이 필요하다"며 "심의 안건과 관련한 전문가가 없으면 해당 전문가를 특별위원으로 위촉해 용역 심의의 타당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역심의위원회 개최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 조례규칙심의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활용한 사전심의제를 도입하고 용역 중복성과 개선방안 등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며 "자체 용역을 시행한 공직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 관계자는 "용역심의위원회의 위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용역심의의 타당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파악,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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