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연탄 배달 현장

쌀쌀했던 지난 28일 오전,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배달에 나선 은영연탄판매소 진성수 사장(57)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가뜩이나 비에 약한 연탄이 배달도 시작되기 전 다 젖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진 사장은 "연탄이 비에 젖지 않게 배달해야 하지만 이처럼 배달 도중 비가 내리는 경우는 제일 힘들다"며 "비를 맞으며 일하면 온몸에 끈적한 연탄물이 흘려내려 씻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진 사장이 배달할 곳은 제주시내 모 분식집이다. 이곳도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연탄으로 보일러를 바꾼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했다.

분식집 주인 김모씨(45·여)는 "주위에서 연탄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격대비 효율성이 좋다는 말을 믿고 연탄보일러로 바꿨다"며 "가격이 저렴해 영세업자가 사용하기 좋다"고 강조했다. 

기름·가스 보일러의 보급으로 연탄 수요가 감소하면서 동네마다 있던 연탄 판매소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지난 2004년에는 도내 연탄 공장이 폐업했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로 연탄 판매가 늘고 있다. 도내 5곳의 연탄 판매소에는 주문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연탄 수요의 증가는 기름·가스 보일러가 연탄을 완전히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진 사장은 "기름값이 너무 오르니까 연탄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라며 "가격에 비해 오랫동안 쓸 수 있어 기름보일러를 떼어내고 연탄보일러를 구입하는 등 최근 연탄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 판매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며 "연탄 판매가 증가해 기분은 좋지만 마음 한구석은 편하지 않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유가 되는 기름배달과 달리 연탄 배달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옮기고 정성껏 연탄을 쌓아야 한다.

제주시내 모 꽃집 배달 현장에서도 진 사장은 빠른 손놀림으로 연탄을 18개씩 차곡차곡 지게에 실었다. 배달물량인 300여장을 나르기 위해선 빠르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연탄 개당 무게가 4.9㎏(십구공탄 기준)임을 감안하면 진 사장의 어깨에 짊어진 연탄 무게만 88.2㎏에 이른다. 매일밤 찾아오는 어깨·허리 통증은 이미 그에겐 일상이 되버렸다.

진 사장은 "힘들어서 종업원을 쓰고 싶지만 월급 등을 빼고나면 남는게 없어 혼자 일한다"며 "도내 연탄판매소 대부분이 사장 혼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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