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운·한국은행 제주본부장·논설위원>
얼마나 계속될 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시기가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외환위기를 돌이켜보면 대우, 한보 등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소문만 무성할 뿐 도산한 기업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를 잘 막아내고 있는 것인지 아직 위기가 본격화 되지도 않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잘 안서는 상황이다.
위기의 원인과 경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10년전 학습효과 때문인지 경제주체들의 대응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가 고점에 비해 반토막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환매 요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또한 정책당국도 각종 대책을 내놓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기업의 투자활동은 위축되고 있는 듯하다.
뉴스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 최악이라는 말이 반복되고, 지금 봐서는 마냥 어두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벽이 온다. 그 과정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어둠 속에서 머무는 기간이 달라질 것이다. 과거 대공황 때도 그랬고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계경제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최근 경기 침체 및 부정적인 경제 전망 등으로 지나치게 위축된 나머지 수 년 동안 적립해 온 주식, 펀드 등의 자산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금융자산들을 정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리적으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위축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정중동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은 평상시 하던 대로 저축도 하고 외식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일정 수준의 소비를 하는 것이 경제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리고 주식이나 펀드 투자시 과도한 대출을 통한 투기적인 행태를 과감하게 버리고, 세계적인 투자의 대가 워렌버핏의 정도(正道)투자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한편 기업은 본연의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신사업을 개발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한편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에 유념하되 지나치게 엄격한 여신 심사로 유망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도 금융기관의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논어에 공자가 제자의 질문에 대답한 말 중에 '급히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에 현혹되지 말지니 급히 서두르면 철저히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라는 문구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단합된 힘이 필요한 지금, 되새겨볼 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