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위협받고 있는 세계자연유산 경관 2. 안이한 경관 행정

경관 논란이 불붙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해안·시가지에 이어 유원지의 건축물 높이를 300m로 설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환경·경관 파괴를 우려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주다움 상실 등 정체성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제주도의 졸속 행정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6년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보완계획(이하 국제자유도시 보완계획)에 고도완화 장치 등을 마련했으나 도민 공감대를 통한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제주도와 사업자가 랜드마크를 초고층 건물의 도입 논리로 악용하고 있어 논란은 커지고 있다.

△졸속 행정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자인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지난 10월 휴양형주거단지 조성계획 변경(안)을 발표하면서 경관 문제가 도내 현안으로 부각됐다. 버자야제주리조트는 당시 해안가 인근에 높이 240m·170m·146m 규모의 호텔 등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어 동화투자개발㈜이 지난달 노형로터리 인근에 62층 규모(218m)의 쌍둥이 빌딩을 건립하겠다고 발표, 경관 논란은 점차 확산됐다.

이어 중문관광단지를 포함한 3개 관광단지·20개 관광지구의 해제로 해당 지역내 지정됐던 건축물 고도기준이 폐지되면서 자칫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제주의 독특한 경관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관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제주도의회는 이에 따라 도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대폭적인 고도제한 완화로 난개발은 물론 제주도 경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며 종합적인 검토와 효율적인 경관 관리 기준 마련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 문대림 환경도시위원장이 고도제한 완화조치를 둘러싼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제주도는 부랴부랴 유원지·제2종지구단위계획에 대한 고도완화 수반 건축물 입안기준(안)(이하 입안기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관 정책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6년 국제자유도시 보완계획을 통해 도심권역내 기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고도제한 완화 장치를 마련했다. 사실상 도심지에 200m가 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초고층 건축물 건립에 따른 경관 훼손과 일조권·조망권 문제 등이 당연히 초래될 수 있는 데도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3월 확정한 관광단지·지구정비 타당성 평가에서 관광단지·관광지구 해제로 건축물 고도기준이 폐지됨에 따라 경관고도규제계획 방향을 제시했다.

경관고도규제계획 방향을 통해 “개발사업 지구에 대한 건축물 고도기준은 도시관리계획으로 정하고 있어 종합계획에 의한 관광단지·지구 지정방식 정리에 따른 통일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경관고도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보완계획이 고시된 지 2년이 넘어서야 입안기준안을 마련한 제주도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고도제한 완화는 필수적이라고 도의회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경관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도 없이 투자 유치를 위해 고도제한 완화만을 빨리빨리 처리하려는 양상이다.

△랜드마크, 고도제한 완화 논리로

제주도는 지난 2006년 국제자유도시보완계획을 통해 생동감있는 도시스카이라인의 조성을 위한 랜드마크적 건축물의 입지 등을 위해 고도제한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버자야제주리조트도 지난 10월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240m 규모의 호텔건립 계획을 설명하면서 초고층 호텔을 랜드마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도는 도시의 랜드마크로서의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유원지·제2종지구단위계획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확정한 2025년 제주광역도시계획는 오름을 경관보전지구 등으로 지정해 자연적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제고하는 한편 도시내 건축물이 한라산과 주변 경관을 압도하지 않도록 고도를 관리하면서 도심부 등에서 랜드마크적 건축물을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달 제주를 찾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제주도에는 한라산이 랜드마크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는 등 랜드마크가 건축물의 크기보다는 특정지역에 대한 상징성인 데도 고도제한 완화를 이끌어내는 논리로 악용되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부)는 “랜드마크는 건축물의 크기가 아닌 장소에 대한 인지로 어떤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냐에 달려있다”며 “한라산과 오름, 건천 등도 지역에 따라 랜드마크로 설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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