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신동 토박이 이춘식씨

 “10년전 이 맘때면 황금빛 나락 물결이 출렁거리는 게, 정말 장관이었지요.그러나 지금은 젊은이들이 다 도시로 떠난데다 일당조차 나오지 않는 바람에 벼농사 명맥이 완전히 끊긴 상태입니다.그 옛날 황금물결은 아련한 추억속에서나 떠올릴 뿐입니다”

 이춘식씨(54)는 귀덕2리 거친 손마디에 구릿빛 얼굴을 한 라신동 토박이다.그는 “쌀이 귀했던 때에는 ‘논못’이 제법 짭짤한 수입원으로 통했다”며 “한림읍 옹포천변에 있는 ‘동명답’못지않을 만큼 논농사가 잘 됐고 쌀맛도 무척 좋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곳에는 용천수로서 3∼4년 계속 가뭄이 들어도 마른 일이 없는 ‘논물’이 있다”며 “모내기 철에는 마을 어른들과 큰 바가지를 만들어 물을 대던 일이 생각난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또 “이곳에는 방게나 참게가 많다”며 “지금도 여름이면 인근 콘도 투숙객들이 논못에서 게를 잡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인근 콘도에서 흘러나오는 하수탓인지 논못뿐만 아니라 바닷가의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며 “이곳 사람들은 조간대에서 나는 어패류나 해조류는 먹을 것으로 아예 생각을 않고 있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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