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택가 하수 유입되면서 자정능력 상실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대섬 입구 철새도래지 습지가 인근 주택가의 하수로 썩어가고 있다.

특히 이곳에 대한 오염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뒤늦게 대책이 마련되면서 행정당국이 환경보호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장에는 인근 주택에서 나오는 시커먼 생활하수가 습지로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었다.

생활하수가 고인 물은 썩어 악취가 진동했으며 인근에는 플라스틱 병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로 뒤엉킨 상태였다.

습지에 들어가 흙을 파보니 흙 속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으며 인근에는 기름띠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해야 할 습지에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습지에 사는 식물들도 거의 죽은 상태였으며 폐수가 인근 철새도래지로 유입되면서 더욱 심각한 환경 파괴 우려도 낳고 있다.  

현장을 동행 취재한 제민일보 김광홍 도민기자는 "여름에는 인근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난다"며 "예전보다 철새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환경파괴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습지의 자정능력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예전에는 조개도 잡을 만큼 깨끗했던 곳이 이제는 가까이 가기도 싫은 곳이 됐다며 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주민 김건규씨(50)는 "겨울이라서 그나마 악취가 덜 한 것"이라며 "여름이면 악취를 비롯해 파리, 모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재작년에는 갈대도 많이 자랐는데 이제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하수유입을 막는 공사가 이번달에 시작되지만 환경오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이뤄지면서 대책마련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습지가 육지의 오염원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오염이 심해질 경우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적극적인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천읍 관계자는 "하수를 인근 간이 펌프장으로 보내 앞으로 습지에 유입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내로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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