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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사회/복지 2009 희망을 쏜다
"지금 웃는 얼굴 잃지 않는 게 ‘희망’"현태와 기분 좋은 친구들
고 미 기자
입력 2009-01-06 (화) 16:47:37 | 승인 2009-01-06 (화) 16:47:37

   
 
   
 
지체·청각장애 친구와 함께 한 중학 3년 졸업 후 각기 다른 학교 진학
"왜"는 불필요한 질문…의미 있는 '기다림'으로 우정의 깊이 더해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해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것도 모자라 청각도 약한 현태(15)의 옆에는 친구들이 있다.

5일 오후 제주서중 학습도움실에 모인 6명의 친구 중 요셉이(한라중)는 학교가 다르다.

현태와의 만남을 묻는 질문에 대답이 걸작이다. "그냥 친구를 따라갔다"만났단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다는 성옥이나 동준이, 선호, 석현이까지. 사춘기 소년들이 그렇듯 몇 번의 질문에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생각 끝에 그냥 한 쪽에서 그네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의 기다리는 법이다.

현태가 입을 여는 순간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문다. 느리고 또렷하지 않은 현태의 말을 듣기 위해서다. 현태 가까이 귀를 가져가 몇 번이고 듣는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성옥이나 동준이는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김윤현 교사보다 더 정확하게 현태의 의중을 읽어낸다.

김 교사는 "현태와 함께 밖으로 나갈 때는 먼저 얘기를 해준다"며 "어른(부모·교사)의 허락을 받고 자기들끼리 잘 다닌다"고 귀띔했다.

취재를 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질문 내용을 확인하고 현태의 말을 전해준 것도 친구들이다.

현태의 뒤로 걷는 친구는 없다. "함께 놀러간다"고 교실을 나간 아이들은 제각각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돌고 있다. 현태가 현관을 나서 운동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기다린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잡기 놀이를 할 때도 오히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현태가 유리하다'며 "봐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3년 동안 등·하교길을 같이하고 급식 때 함께 하는 것 역시 '집에 가는 길이 같아서' '옆에 있으니까' 지 도와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잘 웃고 착한'현태의 장점도 빛난다. 친구들 사이의 소소한 다툼까지 현태가 모르는 것은 없다. 선호는 "한번도 현태가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지내보면 현태가 좋아지고 저절로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내달 5일 졸업식을 마치고 나면 뿔뿔이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화도 하고 집에 찾아가 만나면 된다.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기분 좋은 습관이 없어지는 것은 견딜 수 있다지만 마음 한 켠 현태에 대한 조심스런 걱정이 남아있다.

성옥이가 슬쩍 말을 꺼낸다. "현태는 '웃는 얼굴이 멋진 친구'"라며 "고등학교에 가면 다시 새로 시작인데, 아이들에게 괴롭힘 안 당하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에 모두들 조심스럽게 동의한다.

'꿈'이 매일 바뀌는 아직 어린 15살,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달라졌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말에 '우'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느껴진다.

<사진설명>
"서로 웃는 얼굴을 잃지 않는 것"이 3년 가까이 우정을 지켜온 아이들의 올해 희망이다. 가운데 최현태 학생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선호 임성옥 양동준 노요셉 오석현 학생.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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