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운·한국은행 제주본부장>

   
 
   
 
매년 이맘때가 되면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안고 새 출발을 다짐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여느 해와는 다르게 한껏 부푼 마음으로만 새해를 맞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해 말 제주의 금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에서 전망에 여러가지 어려움과 한계를 인식했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도민의 인식을 높이고 도 당국의 정책 수립은 물론 각 경제주체들이 보다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은행 지역본부로서는 처음으로 성장전망을 수치로 제시했다.

경제전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발전을 위해 금년에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경제란 본래 항상 좋기만 할 수 없다. 따라서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이를 어느 정도 인내하되 그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 기간도 가급적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우선 각 경제주체들이 과도하게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0여년전 겪은 외환위기의 아픔 때문인지 경제여건의 악화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일부 엿보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소위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의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제주경제는 대내·외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본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각 경제주체들이 정상적인 소비와 투자활동을 한다면 어느정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자구노력을 게을리 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기업들이 장래에 대비해 구조조정 노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다. 혹자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는 기업들이 마치 곡선주로를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며 "모두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역전 또한 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곡선주로를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직선주로에서의 성패가 가름날 것이다. 위기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의 적절한 대응도 중요하다. 정책당국은 경기급랭 가능성에 대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경기 둔화의 폭을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도는 예산의 많은 부분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금년에는 특히 고용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더불어 다양한 지원대책도 미리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너무 단기적인 시야에 입각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향후 수십년간 제주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성장동력 분야에 투자를 늘림으로써 제주도의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금년은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과거 예를 보면 금융기관들은 경기침체시에 일률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으면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은 유망기업 등에 대한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지역내 자금 선순환을 위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용보증을 통한 금융지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므로 공적 신용보증 지원 규모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의 시간은 언젠가는 지나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해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10여년 후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눈부신 성장을 이룬 모델 케이스로 제주특별자치도가 회자되지 못할 것이 없다.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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