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시들 속엔/장애자이기에 지친/나의 모든 삶이 있다/행복과 슬픔/웃음과 눈물/이것들이 모여서/나의 작은 시가 되고/또 나의 삶이 되지/나의 작은 시들 속에서 말이죠”(‘나의 작은 시들’전문)

주위의 도움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맑은 영혼으로 노래한 시를 모아 첫 시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남제주군 성산읍 시흥리 박 대건안드레아씨(33·본명 박상희).박씨는 최근 몇 년동안 써놓았던 시를 모아 「나는 詩를 뽑는 누에 한 마리」란 제목으로 첫 시집을 냈다.

가족들의 도움없이는 전혀 생활할 수 없는 박씨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육신은 비록 불편했지만 그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 시상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그의 시 속에는 장애를 겪으면서 살아온 30여년의 생활이 묻어있다.고통도 있고,외로움과 그리움도 묻어있다.장애를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삶의 활력도 깃들어있다.

이 시집에는 마음으로부터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웃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을 고해성사하듯 솔직하게 털어놓은 80여편의 시가 3부로 나눠 실려있다.

“가고 싶어요/날고 싶어요/어디론가 마구//두 다리 땅 위에 딛고서/두 날개 등뒤에 달고서/아주 멀리/아주 빠르게/넓고 넓은 세상 끝까지/나는 가고 싶어요”(‘허망한 꿈일지라도’중에서)

박씨는 “누에가 나방이 되어서 넓은 세상 속을 나는 것처럼 날고 싶었지만 그런 나방이 되지 못했다.자신 대신 시를 세상 속으로 날려보내려 한다”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길 기대했다.

서웅범 베르나르도 신부(성산포 천주교회)는 “(박씨는) 주님 제일 가까운 곳에 나아와 온 몸으로 기도하고 노래하는 사람,항상 웃는 얼굴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때묻지 않은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온 마음이 담긴 말을 통해 삶의 참의미를 깨우쳐 주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청소를 하고 있어/내 몸이 움직일 때마다/나는 청소를 하고 있어/나의 엉덩이로 쓸고 닦고/빗자루도 필요없어/걸레도 필요치 않아/그저 이게 나의 인생이니까.//아! 하지만/나에게도 빗자루와 걸레가/필요할 때가 오겠지?”(‘청소부 인생의 작은 희망’전문)

박씨는 4년전 노트북을 구입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삼육재활학교 초등 4학년 중퇴 이력밖에 없어 맞춤법이 곧잘 틀리지만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는 것은 어머니 김명자씨(59)의 몫이다.도서출판 온누리,값5000원.<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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