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혈액원 선거관리위원회 헌혈행사 현장

   
 
   
 

겨울 방학 학생 헌혈 줄어들면서 혈액 보유량 급감 등 수급 비상
관공서 등 주력하고 있지만 실적 신통치 않아…“나눔 동참” 호소

“내가 ‘처음’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더 뜻깊네요”.

이동 헌혈 차량에 올라선 박치웅씨(45)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올린다.

“요새 혈액 보유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 행사에 동참하게 됐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헌혈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주사바늘이 박씨의 혈관을 관통하는 시간은 불과 1초 남짓. 미간을 약간 찡그리는 것도 잠시, 편안한 얼굴로 자신의 사랑이 모아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박씨를 신호탄으로 속속들이 헌혈자들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30분도 채 되지 않아 헌혈 차량은 훈훈한 열기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이동 헌혈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오늘만은 제발 많은 사람이 찾아왔으면…’하고 빌고 또 빌었다는 홍보담당 서광범씨의 표정이 밝아진다.

서씨는 “1~2월에는 방학기간이라 혈액을 확보하기 매우 힘들다”며 “어제 하루종일 헌혈자를 기다렸지만 20명도 채 안됐다”고 아쉬워했다.

학생 수혈이 줄어든 대신 관광서 등에 집중적으로 이동 헌혈차량을 배치하고 있지만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헌혈 부적격 사유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보다는 갖가지 이유로 헌혈을 기피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이날 헌혈에 참여했던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4명 중 2명은 헌혈대상에 제외되는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이날 부적격 사유로 헌혈을 하지 못한 김명표씨(23)는 “봉사한다는 심정으로 만사를 제쳐놓고 참여했는데 헌혈을 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다음에는 꼭 헌혈을 하겠다”고 계면쩍은 웃음을 지었다.

전선영 간호원은 “어제 밤 과음을 했거나, 체중미달, 헌혈보류기간에 해당하는 질병 등을 앓고 있으면 헌혈을 할 수 없다”며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의 특권이란 말이다. 하지만 종종 이런 사유가 헌혈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날 최고령 헌혈자가 된 고태연씨는 “우연히 아들 지갑에서 20장이 넘는 헌혈증서를 봤다”며 “태어나 한번도 헌혈을 하지 못한 게 부끄러워 3년째 헌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랑에 ‘중독’된 이들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적십자협회에 따르면  헌혈인구는 2003년 25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04년 232만, 2005년 227만, 2006년 230만, 2007년 208만명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도 혈액원 강용길 기획팀장은 “제주도내 150여곳 관공서 및 단체들을 대상으로 혈액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명절후 대대적 헌혈캠페인을 벌여 헌혈재고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