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유관기관 대책회의 파문 확산…강정마을회 및 도내 시민단체 비난 성명 잇따라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해군, 국정원, 경찰 등이 참여한 유관기관 대책회의 회의록 유출과 관련 강정마을회와 도내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강정마을회는 성명을 통해 “공직자로서 도저히 입에 담아서는 안될 언사를 내뱉은 작태를 과연 제주도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도의회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발언은 그나마 깨끗한 공직세계를 갈망하던 실날같이 가늘기만한 믿음줄마저 잘라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정마을회는 “국정원은 강정주민과 외부지원세력을 차단해 줄 것임을 밝혔고, 경찰은 도에게 반대측 인사들에 대해 조그마한 것이라도 고소고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인신구속을 통해 반대측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까지 했다”며 “이들의 발언들은 한마디로 적을 상대로 진압작전을 벌이듯 전술을 구사하기 위한 회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정마을회는 “강정주민 가운데 반대측에 서있는 사람들은 과연 대한민국의 공적이냐”며 “조상대대로 살아온 터전과 바다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적이라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부 대한민국의 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강정마을회는 “이제 강정주민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심을 요구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며 “공공연히 적의를 들어낸 이상 남은 길은 고개를 숙이고 복지부동하거나 결연히 떨쳐 일어나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맞서는 길 외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도 성명을 통해 “해군기지 추진과 관련한 관계기관 대책회의 내용을 보며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유신시대에 데모하는 학생들에 대한 진압작전회의 같은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범대위는 또 “이번 회의 내용을 보면 제주도 당국은 ‘분열은 좋은 상황’이라는 부지사의 발언처럼, 도의 갈등해결이라는 것이 사실은 주민분열과 같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특히 ‘도의회가 장애가 될 것’이라는 당시 자치행정국장의 발언은 적어도 해군기지 사안에 있어서 도는 철저히 해군편에서 도의회마저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범대위는 “경찰 역시 그동안 각종 집회현장에서 중재적 입장을 강조했지만, ‘외부세력 단체와의 격리’ 운운하면 군사기지 추진의 보조자임을 자처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해군·도·국정원·경찰은 철저히 국가와 군의 논리에 따라 강경한 밀어붙이기로 일관, 도민을 그저 제압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묵과할 수도 없고, 묵과해서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도민들의 자존에 대못을 박는 천인공노할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민노당 제주도당은 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없다”며 “김 지사는 모든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진보신당 제주추진위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마을주민과 제주도민을 공안사범으로 몰아부쳐 해군기지를 강해하자는 도원결의”라며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공안회의의 등장은 해군기지 추진의 정당성이 없음을 김태환 도정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 진보신당 제주추진위는 “김태환 도정은 공안밀담에 대해 도민에게 즉시 사과하고 해군기지 추진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한 채 국정원과 경찰의 공안적 탄압을 동원해 해군기지를 강행한다면 도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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