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곶자왈 한울타리 겨울 생태학교 현장

   
 
  ▲  청소년 곶자왈 한울타리 겨울생태학교가 한라수목원에서 열린 가운데 어린이들이 멸종위기종인 개가시나무를 살펴보고 있다.조성익기자 ddung35@jemin.com  
 

"이야, 정말 털도 있네"

고사리같은 손에 돋보기까지 들고 잔뜩 집중해있는 지업이(8·제주남교 2)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지업이가 들고 있는 돋보기 렌즈 안에는 커다랗게 확대된 개가시나무의 잎이 담겨있다.

지업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개가시나무의 나뭇잎을 살펴보느라 주변을 돌아볼 새가 없다. 여기 저기서 "선생님, 이건 뭐예요?"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아직은 작은키에 인터넷이며 게임기 같은게 더 친숙할 것같은 아이들이지만 개가시나무, 박달목서 등과 마주한 표정은 진지함으로 가득하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행여 놓칠까 토끼귀를 하는 모습에선 감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각종 희귀식물을 관찰하면서는 서로 장난을 자제하고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여름·겨울 방학 생태학교에 매번 참석했다는 지업이는 "처음에는 엄마가 가라고 해서 억지로 왔지만 이젠 방학이 기다려질 만큼 너무 재미있다"며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 좋다"고 목소리에 흥이 가득하다.

지난 23일 한라수목원 온실은 제주도에 서식하는 희귀식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보호의 중요성을 배우려는 아이들 때문에 기습추위 예보가 무색할 정도였다.

㈔곶자왈사람들, 곶자왈공유화재단,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청소년 곶자왈 한울타리 겨울생태학교'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은 동굴 및 곶자왈 탐사, 식물도감 만들기 등 각종 활동을 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진정한 '환경 지킴이'로 마음의 키가 한뼘씩 자랐다.

아이들은 '식물들이 점점 사라지면 생태계 먹이사슬 등에 변형이 일어나 우리들도 살 수 없다'는 설명에  "자연보호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이제부터라도 하면 된다"고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발표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 동학이(11·한라교 5)는 "평소 곤충과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 책과 인터넷으로 식물과 곤충들을 공부했다"며 "미래에 곤충학자가 돼서 사라지는 식물들을 보호하고 곤충들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심히 설명을 듣던 윤지(8·여·한라교 2) 역시 "없어지는 식물들을 직접 보니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에게도 가르쳐줘야 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희영 ㈔곶자왈사람들 환경보전팀장은 "환경·생태 교육은 교실에서 이뤄지는 학습식 교육보다 체험 등을 통해 직접 느껴야 한다"며 "아이들이 환경과 생태를 왜 보호해야 하는지, 파괴됐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교육을 진행한 목적이 달성된 셈"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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