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림·제주은행장>

   
 
   
 
최근 미국의 금융중심부 월가(Wall Street)로부터 전 세계로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무서운 금융위기를 현장에서 목도하면서 선진 금융의 모범적인 교과서로 평가되어왔던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무너지고 역사상 유례없는 세계적 경제위기를 초래한 이유가 평소 나 자신이 우리 직원들에게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던 관찰자(觀察者)와 관여자(關與者)의 차이에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본다.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서 진단돼 왔지만 핵심적이고도 공통적인 진단은 금융상품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더불어 초기 단계에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어떠한 노력도 없었을 뿐 아니라 관련자들 모두가 방관으로 일관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었다.

사람도 중병에 들기 전에는 작은 징후들이 여러 번 나타나서 경고하고 그 경과를 제대로 파악하고 원인을 치료하면 큰 병으로 진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작은 징후를 가벼이 여기면 결국 치료할 수 없는 중병으로 진전되기 마련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과 나라 역시 존망을 가름할 수 있을 만큼의 중대한 문제도 소홀히 간과해 버릴 수 있는 조그마한 일들로 경고의 메시지를 주게 마련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 월가에는 관찰자는 있었으되 관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자(賢子) 의 가르침

내가 평소 항상 가슴에 새겨두고 몸에 벤 행동으로 만들고자 하는 중요한 교훈들은 대부분 신한금융그룹을 창업한 이희건 명예회장께서 평소 신한금융그룹 경영자에게 전한 메시지들 가운데는, 임직원들에게 전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50구절을 정리한 오십훈(五十訓)이 있는데, 이 오십훈에도 '나는 조직의 외부에 머무는 관찰자가 아니라 관여자가 돼야 한다. 조직은 곧 나이며 모든 것은 관여자인 내 마음의 반영이다'라고 해 관여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계기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관찰(觀察)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 봄'이라고 설명돼 있는 반면 관여(關與)란 '어떤 일에 관계하여 참여함'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관여자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주인된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반해, 관찰자는 결코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지 않고 제3자로서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다.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결코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주인과 손님의 차이와도 같은 것이다.

제주인이여 열정을 가진 관여자가 되자!

내가 제주은행장으로 부임하면서 맺게 된 제주와의 인연도 어언 3년이 다 됐다. 지난 3년간 제주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면서 가슴 뜨거운 환대와 분에 넘치는 배려와 더불어 제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제주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고 자평해 본다.

제주를 알면 알수록 관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나는 제주에서 관여자였는가를 뒤돌아 보게 되며 그간 제주에서 받은 환대와 배려에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를 고민해 본다.

결국 그 대답은 제주의 향토기업인 제주은행을 국내 어느 은행보다 우량한 은행으로 만들어 놓는 일, 제주은행의 수장으로서 제주를 위해서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일이어야 했고, 다행스럽게도제주도정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협조로 제주사랑상품권사업 등 나름대로 보람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비록 태어나서 자란 곳은 아니지만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제주에서 바로 나부터 제주인으로서 관찰자가 아닌 관여자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지역사랑의 시작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물며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인 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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