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제주동부경찰서 분실물관리센터 현장
지난해만 1127건 접수…425건 주인 찾지 못해 분류 번호로만 남아
'기쁨'과 '안타까움'공존, 1년 지나면 공매·폐기 처분 "내것 지켜"

   
 
   
 
"혹시 열쇠 꾸러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달 30일 오후 4시15분쯤 제주동부경찰서 분실물 관리센터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길에서 열쇠 꾸러미를 잃어버렸다는 중년 남성은 아직 접수된게 없다는 담당자의 말에 '알았다'며 실망스러운 듯 전화를 끊었다.

신구간에 즈음해서 종종 걸려오는 문의 전화다. 제주공항을 관할하고 있는 서부서 분실물 관리센터에는 관광객들이 놓고 간 짐이나 선물 등을 찾는 전화가 잦다.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만큼 기운 빠지는 일은 없다. 특히 잃어버린 물건이 소중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거나 고가일 때는 단순히 기운이 빠지기 보다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는 공간이 바로 분실물관리센터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물품은 하루 평균 10건 가량으로 40%가량이 지갑과 가방들이다.

택시를 이용하다 놓고 내리는 물건은 대부분 택시기사가 직접 가져와 접수하고, 우체통에 넣어놓은 물품은 집배원의 손을 거쳐 우체국을 통해 접수된다.
길에서 주은 지갑을 발견, 경찰서까지 가져오는 모범 시민도 꾸준하다.

분실물 관리 창고 선반에는 내가 다 챙기지 못해 잃어버린 '흔적'들로 가득했다.

고가의 보석과 카메라 등 전자제품에서부터 손바닥보다 작은 명함 지갑, 커다란 가방까지 주인을 잃고나서는 각각의 가치를 잃고 '분실물 번호'로 남겨져 있다.

지난해 동부경찰서 접수된 분실물만 1127건으로 이중 702건은 다행히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나머지 425건은 여전히 보관창고에서 하릴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분실물 관리센터는 주인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마음과 물건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만나면서 항상 '기쁨'과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분실물 관리센터 강현숙 경사는 "아끼던 물건을 찾았을 때 주인들이 '고맙다'며 인사할 때는 정말 뿌듯하지만 물건을 찾지 못해 돌아갈 때는 나 역시 힘이 빠진다"며 "지난해 11월 외국에서 사온 금목걸이를 택시 놓고 내렸다는 한 남성은 일주일에도 수차례 경찰서를 방문해 접수현황을 확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분실물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보관된 분실물이 자신의 물건인 것이 확인되도 가져가지 않는 사람도 적잖다.

강 경사는 "주인에게 물건을 찾아가라고 연락을 해도 가져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물품 보관 기일이 정해져 있어 접수된지 1년여가 지나면 공고 등을 통해 공매처리하거나 폐기하기 때문에 빨리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경사가 살아있는 존재인 것처럼 분실물 번호표를 만지작거린다. 행여 주인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폐기라도 하게 될 때는 하루 종일 씁쓸한 기분이 든다.

강 경사는 "자기 물건인 만큼 관리하는 것 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마음을 감안해 혹시나 물건을 습득했을 때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주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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