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갤러리하루 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도시는 오랜 기간을 통해 유기적으로 변화해가는 생명체와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건축물은 세포와도 같고 도로는 혈관과도 같다. 도시도 인간과 같이 건축물이나 도로 때문에 병이 들기도 한다. 병든 도시를 위해서는 어떤 치료를 해야할까? 원인은 따로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자동차와 자본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습관 때문에 원인을 알고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 될수록 현대병인 암에 대한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다름없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치료를 안할 수는 없다. 병든 도시에 대한 치료의 차선책은 도시내 녹지와 오픈스페이스의 확충이며 늘 이야기되고 있는 방법이기에, 오늘은 도시내 유휴시설의 예술공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현대 도시 안에는 쓸모가 다해 버려진 건축물이 꽤 많이 존재한다. 이런 건축물은 대부분 철거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건축물을 예술창작과 향유를 기본으로 하는 예술가 주도의 예술공간으로 전환한다면 여러 가지 좋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우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이 늘어나게 되고, 주민들이 창작을 하면서 생기는 교육적 효과가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으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긍정적 의미를 유발한다.

서귀포 정방폭포 인근의 '소라의 성'은 누구의 설계에 의해 건축되었는가를 떠나서 미학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건축물이다. 한때 철거논란도 있었지만 다행이 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전해진다. 이러한 건물이 앞에서 이야기한 예술창작과 향유를 위한 예술가 주도의 예술공간으로 전환된다면 사회적 효과만이 아닌, 서귀포시에서 구상하고 있는 기당미술관에서 서복전시관까지의 문화벨트가 더 길어지게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거기에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이니만큼 건축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제 시민과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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