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검의 각기 다른 사망시간 추정...판단 따라 수사방향에도 영향

어린이집 보육교사 실종·사망사건 수사에 난항이 예고됐다.

이번 사건을 전담 수사중인 제주 서부경찰서 수사본부는 8일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가 실종 직후인 1일 새벽 사망한 것으로 판단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부검의는 ‘실종이후 최소 며칠간 살아있었다’는 결과를 내놓는 등 수사에 적잖은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서부경찰서 문영근 형사과장은 9일 오후 수사브리핑에서 “부검 결과, 타살에 의한 경부압박 질식사는 명확하다”며 “부검의의 소견을 존중하지만 사망 추정시간이 달라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문 과장은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약간 고지대로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평상시에도 상당히 추운 곳”이라며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일반 환경에 둔 시신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씨의 사망시점을 실종 당일로 판단하는 것은 용의자의 이동 경로 등 수사 자료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건 발생시간대별로 추론한 범행 관련 동선은 제주시 용담2동(1일 새벽 3시8분)~구엄(이씨의 집 근처)~고내봉(8일 오후 1시50분 사체 발견)~광령(2월1일 새벽 4시4분 휴대전화 발신 최종 위치)~아라2동(6일 유류품 발견)이다.

이를 근거로 할 때 비면식범에 의한 충동적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9일 오전 숨진 이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제주대학교 강현욱 교수는 “사체 시반 형태나 부패 진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사망 뒤 오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망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이씨가 실종 이후 최소 며칠간 살아있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 교수는 “저항흔이 미미하고 강제로 성폭행 하거나 둔기 등으로 폭행한 흔적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피해자의 위 속에 최소 2시간 전에 먹었던 음식물이 남아있는 등 사체 발견 전 최소 하루나 이틀은 살아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 역시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이 나와야 보다 자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사망시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미뤘다.

강 교수의 판단이 맞다면 면식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등 경찰의 수사 방향이 엇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위치와 가방과 사체가 발견된 지점이 동떨어지면서 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도민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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