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고작가지상전> <18> 김병화
인간적 시선으로 고요하고 정적인 제주 섬 그려

   
 
  '골목풍경' (1993년작)  
 
故 김병화는 1948년 제주시 삼도1동에서 태어났다. 제주북교와 오현중, 오현고를 거쳐 제주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대학교 재학시절 제주도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드러낸다. 이후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1994년 사망 때까지 일생 다섯 차례 개인전을 치렀다.

   
 
  생전 김병화 모습.  
 

김병화는 제주를 곱게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속에 자리한 바람은 거칠기보다 잦아들 때를 기다리는 듯 정지한 모습이다.

그냥 있어야 할 곳에 있는 풍경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킬 것만 같은 대상과 풍경. 때문에 심지어 어떤 그림에서는 소녀의 마음을 곧 울릴 것만 같은 애잔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김병화의 작품 스타일은 안온함이기도 하다. 조용하고 고왔던 그의 성품을 반영하듯 그림에는 현실세계보다 더 아름다운 편안함이 존재, 보는 이의 미적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그가 그린 대상물들은 마치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인 듯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그는 사물의 격동보다 평온함을 추구하고 격정보다 차분한 감정 상태에서 대상을 거리 두고 바라보는 화법을 주로 구사했다.

 

   
 
  '폐선' (1993년작)  
 

   
 
  '파장' (1976년작)  
 

   
 
  '초가풍경' (1985년작)  
 

   
 
  '정물' (1976년작)  
 

호암 양창보 선생이 그의 작품을 가리켜 “우미(優美)의 세계가 표현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적절한 논평인 것 같다. 다시말해 그의 작품에는 인간적인 시선으로서 어떤 목적을 겨냥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무는 시간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창작자들이 제주의 풍토에 대해서, 거칠고, 투박하다고 한다. 혹자의 눈에는 제주의 바람이 폭풍으로 보이지만, 다른 혹자의 눈에는 그 바람이 산들바람으로 인식되는 것, 그러기에 개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같되 다르고 이 다름은 새로운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미술평론가 김유정
정리 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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