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고작가지상전> <18> 김병화
인간적 시선으로 고요하고 정적인 제주 섬 그려
'골목풍경' (1993년작) | ||
생전 김병화 모습. | ||
김병화는 제주를 곱게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속에 자리한 바람은 거칠기보다 잦아들 때를 기다리는 듯 정지한 모습이다.
그냥 있어야 할 곳에 있는 풍경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킬 것만 같은 대상과 풍경. 때문에 심지어 어떤 그림에서는 소녀의 마음을 곧 울릴 것만 같은 애잔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김병화의 작품 스타일은 안온함이기도 하다. 조용하고 고왔던 그의 성품을 반영하듯 그림에는 현실세계보다 더 아름다운 편안함이 존재, 보는 이의 미적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그가 그린 대상물들은 마치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인 듯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그는 사물의 격동보다 평온함을 추구하고 격정보다 차분한 감정 상태에서 대상을 거리 두고 바라보는 화법을 주로 구사했다.
'폐선' (1993년작) | ||
'파장' (1976년작) | ||
'초가풍경' (1985년작) | ||
'정물' (1976년작) | ||
호암 양창보 선생이 그의 작품을 가리켜 “우미(優美)의 세계가 표현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적절한 논평인 것 같다. 다시말해 그의 작품에는 인간적인 시선으로서 어떤 목적을 겨냥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무는 시간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창작자들이 제주의 풍토에 대해서, 거칠고, 투박하다고 한다. 혹자의 눈에는 제주의 바람이 폭풍으로 보이지만, 다른 혹자의 눈에는 그 바람이 산들바람으로 인식되는 것, 그러기에 개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같되 다르고 이 다름은 새로운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미술평론가 김유정
정리 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문정임 기자
mungd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