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다가오는 실명의 원인, 녹내장]

[쿠키 건강]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는 소리 없는 실명의 원인인 녹내장을 알리고 조기 검진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년 세계 녹내장의 날을 제정하고 있다. 올해는 3월 12일을 제2회 세계 녹내장의 날로 한국녹내장학회의 자문을 통해 녹내장의 위험성 및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녹내장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실명한 인물들 중에는 유독 음악가, 예술가들이 많다. 세계적인 R&B의 거장 레이찰스도 5살 때 녹내장을 앓다가 7살이 되던 해 녹내장으로 두 눈을 모두 실명했다.

이후 유명해진 레이찰스는 자신과 똑같은 병으로 고통 받을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녹내장의 위험성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어린 레이에게 소리 없이 다가와 빛을 빼앗아 가버린 녹내장은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명 원인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에게도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약 2%가량이 녹내장 환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발생 빈도도 증가하는 질환으로 40대부터 1년마다 0.1%씩 발생이 증가해 80대에 이르면 거의 10%에서 녹내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시력을 잃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조기검진을 통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실명의 위험을 막을 수 있도록 녹내장에 대한 관심과 예방이 필요하다.

◇ 녹내장이 뭐예요?

녹내장이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그 결과 시야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시야 결손이 생기게 되고 이를 방치하면 실명에 이르게 된다. 안압이 높아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압이 정상수준이어도 안압의 일중 변동폭이 크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 순환이 잘 안되는 경우 또는 유전자 이상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진행 초기에는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느끼게 되나 말기에는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 시력상실의 원인 2위 ‘녹내장’

녹내장은 우리나라 시력 상실 원인 중 2위에 차지할 정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안과 질환이다. 또한 인구 고령화와 안구건조증·모니터 사용량의 증가로 인한 근시 증가, 불안장애· 우울증 환장의 증가도 녹내장의 위험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녹내장 환자의 수는 더욱더 늘어갈 전망이다.

특히 자각증상이 없는 녹내장 특성상 선진국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녹내장 환자 중 병원에 다니는 환자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경우 70%이상이 정상 안압을 보여 녹내장을 판별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한국형 녹내장 ‘안압 정상 녹내장’

한국녹내장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4명이 녹내장이 있다고 한다. 또 녹내장 환자의 66%가 안압 수치가 정상인 것으로 나타나, 40세 이후 안압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인 녹내장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 측정만으로는 검진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병의 진행이 서서히 일어나 말기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녹내장학회 문정일 회장은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실명의 원인으로 고령화에 따라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국내의 경우는 정상 안압 녹내장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 사항이 됐다”고 강조했다.

◇ 녹내장의 원인은?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 안과 전문의들은 안압 상승 뿐 아니라 시신경혈류장애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신경 손상과 이에 따른 시야 결손을 보이는 질환을 녹내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녹내장은 두통, 기분이 안 좋고, 오심 및 구토증세, 어깨 결림, 불빛을 보면 그 주위에 무지개 형상, 눈이 무겁고 피곤함, 안구 통증, 눈에 이물감 등의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고, 진행된 녹내장의 경우에도 자각증상이 없는 사람이 3명 중 1명 정도이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발견하기가 어렵고, 발견했을 때에는 노무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녹내장은 예방 방법이 따로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시 되고 있다. 녹내장의 조기 진단만이 질환의 진행을 방지하고, 실명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도움말: 한국녹내장학회 문정일 회장(여의도 성모병원)>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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