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제주대병원 이전 코앞…인근 상가 초상집 분위기
잘 나가던 '사장님'에서 투잡 등 아르바이트까지

   
 
  아라동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제주대병원.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근 상권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조성익 기자  
 
 제주대학교병원 정문 인근에서 치킨집을 경영하는 박진세씨(47)는 최근 유료주차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사장'님이었지만 이젠 낮에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다.

 박씨는 "예전에는 병원 입원환자와 보호자들을 상대로 아내와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했다"며 "이젠 혼자 12시까지만 가게 일을 보고, 아내는 다른 식당 허드렛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내년 큰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정말 막막하다"며 "건물 임대 계약기간이 내년 3월까지라 달리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해 9월 병원 인근에 식당을 개업하며 자식들 손을 빌리지 않고 노후를 보내려던 손모씨(63)부부의 꿈도 부서졌다.

 점심 손님으로 북적거려야할 식당안은 텅 빈 채 매상 장부만 덩그러니 금고 옆을 지키고 있을 뿐 이다.

 손씨는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사람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라며 "병원 이전 준비기간에도 이정도인데 완전히 이전하고 나면 어찌될 지 생각하기도 무섭다"고 털어놨다.

 제주대병원 이전이 다가오면서 우려됐던 지역 상권 붕괴 조짐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대병원 주차장은 대형 MRI 장비를 옮기기는 등 이전 준비로 분주했지만 인근 상가는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병원 인근에는 일찌감치 셔터를 내린 상가들이 여럿 눈에 띄였으며 적잖은 수의 상인들이 '떠날 채비'를 하는 등 지역상권 공동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근에서 건강용품 전문점을 운영하던 이모씨(65)는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가게를 내놓은 지 오래"이라며 "'병원'이 없으면 사람도 없을 텐데 굳이 이곳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25년간 동네슈퍼를 운영했다는 고모씨(48) 역시 "많은 상인들이 짐을 싸들고 병원 이전과 함께 나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집주인들도 집세를 낮추면서 까지 임대를 내놓고 있지만 이상태라면 빈가게들로 죽은 거리가 될 것"이라고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상인들은 이곳 상권이 죽으면 동문시장과 탑동 인근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제주대 단과대학 이전 등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관계기관이 T/F팀을 구성하는 등 상권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용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해법을 찾는데 상당시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방안이 나온게 없다"며 "대학 측과 협의해 빠른 시일내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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