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원 위한 의자배치 불구 관행상 서서 근무…앉은 채 업무 불가능
좌식 계산대 설치 비용 부담 업체들 꺼려

지난 2003년부터 도내 A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해원 김길자(가명·42)씨는 밤마다 부은 다리를 붙잡고 통증과 씨름한다. 하루 평균 6시간씩 서서 일하는 김씨는 “같이 근무하는 동료 계산원은 이번달에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며 “매장에서 의자를 배치한다지만 앉아있을 틈이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도내 대형매장들이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해 의자를 배치하는 등 노동부 등의 권고를 따르고 있지만 앉아서 업무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전시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77조에는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에 때때로 앉을 기회가 있을 때에는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점원이 의자에 앉으면 게으르거나 건방지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하는 업계 관행상 지금까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난해 노동부에서는 대형 매장에 의자를 배치할 것과 발 받침대·피로 예방매트 설치 등의 사항을 담은 ‘서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한 건강가이드’를 마련했다.

도내 유통업계에서도 이에 동참 지난 5일 의자 비치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적용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현재 도내 매장 4곳 중 3곳은 아직까지 계산대에 의자를 비치한 한곳 역시 발 받침대는 설치하지 않는등 노동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실제로 제주여민회,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 도내 9개 단체로 구성된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주도민 캠페인단이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도내 대형 매장 한 곳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의자가 있어도 대다수 여성 근로자가 서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특성상 고객을 응대하거나 물건을 확인해 계산을 할 EO는 서 있어야 하고, 주말이나 저녁할인시간대에 손님이 몰릴 경우에는 쉴 틈 조차 없다.

계산원 김은주(가명·26)씨는 “주말에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앉아서 쉰다는 것은 꿈도 못꾼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무자체를 앉아 수행할 수 있는 유럽식 좌식 계산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비용부담’등으로 도입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A마트 관계자는 “앉아서 업무를 보는대 대해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유럽식 좌식 계산대를 도입하는데는 설치비용도 만만치않을뿐더러 매장 배치 자체를 바꿔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주도민 캠페인단’ 부장원 간사는 “비용과 매장 축소 등 경제논리에 노동자들이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업주와 고객의 인식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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