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조각가 김형찬
제주민의 지난한 삶, 신화 형상화로 표현
첫 개인전 뒤 사망…유작 30여점이 전부
故 김형찬과 그의 작품. | ||
김형찬 작. | ||
그러나 그의 시작은 그대로 '마지막'이 됐다. 신화의 조형성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고민했지만 젊은 날 딱 한 번의 개인전에 그친 채 더 이상 확장되지 못했다. 첫 개인전을 끝내고 새로운 신화 조형에 천착하던 그는 그로부터 몇 년뒤인 2006년 9월 지병으로 사망한다. 김형찬은 "서구적 방식에 눌러앉아 실험성을 참칭(僭稱)하는 관념의 난무(亂舞)를 경계하고자 했으며, 신화의 미학은 제주의 조형예술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에서 비롯됐다.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욕망은 인간이 짊어진 천형(天刑)이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지만 예술의 꿈을 키우다 못내 꺾인 젊은 예술가의 삶은 인생의 무상함을 가득 안긴다.
욕심이 없고 순진무구했던 조각가 김형찬. 그는 천성이 물같이 고와 잔잔한 호수와 같이 크게 일렁이는 일이 없었다. 시달린 것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였고, 사람들로부터였고, 그래도 불평 없이 짧은 생을 살았다. 생애에 걸쳐 30여 점의 조각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그는 먼 길을 갔다.
2006년 사망할 때까지 세화고 비원전 활동, 제주도미술대전 출품(대상 및 특선 수상), 2001년 첫 개인전과 부산과 경주에서 작품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까마귀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그가 없이는 더이상 그의 신화도, 조각도 없기 때문이다. >끝<
미술평론가 김유정
정리 문정임 기자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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