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한자로 배우는 일본어 교실
한자와 일본어 함께 가르치기 위해 마련

   
 
  ▲ 21일 국제가정문화 강의실에서 마련된 ‘쟈마았눈 한자로 배우는 일본어 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혼다 테츠로씨에게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조성익 기자  
 
  "일본어로 '모, 모'라고 우는 동물은 뭐죠?"

 선생님 혼다 테츠로씨가 아이들에게 묻자 종문이(11·하귀초등학교 5학년)가 손을 번쩍 들고 "우시, 그러니까 소입니다"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만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종문이는 "일본어는 어렵지만 일본 사람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며 "일본 사람을 만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배워서 일본 만화도 만들어 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 21일 오후 2시 국제가정문화원 강의실에서 '재미있는 한자로 배우는 일본어 교실'이라는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이번 수업은 단순한 일본어 교육을 넘어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지역 아이들이 함께 매주 토요일 마다 한자와 일본어를 배우며 서로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수업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 15명은 수업이 시작되자 서로를 쳐다보며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건냈다.

 수업시간에 다리를 앞뒤로 흔들고 '끽끽'거리며 장난을 칠 만큼 순수한 아이들이지만 발표할 때는 경쟁적으로 손을 들며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히라가나를 외우며 고사리 손으로 '삐뚤삐뚤' 한글자씩 정성스럽게 써내려가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높아지면서 혹시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감정싸움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어른들의 어리석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런 걱정을 비웃듯 아이들은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배우며 다문화 가정도 우리의 이웃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종문이는 "엄마나 아빠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우리와 다를게 없는 것 같다"며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우리들은 모두 똑같은 친구"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동생 강문선양(8·백록초등학교 2학년)과 함께 수업을 받던 승환이(10·백록초등학교 4학년)는 "엄마가 일본인이지만 여기서 아이들과 어울리는데 문제되는 것은 없다"며 "여기서는 단순히 일본어를 배우는게 아니라 한자와 각국 사람들의 생활문화도 같이 배우기 때문에 이해하기 편하다"고 강조했다.

 선생님 혼다 테츠로씨는 "관광대학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하기 때문에 처음 초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산만해 힘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내 자신도 배울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한국과 일본 사이에 안좋은 감정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많은 부분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가정문화원 임정민 원장은 "한자와 일본어를 함께 가르치기 위해 이번 교육을 기획했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지낼 수 있는 공동체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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