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등 어려운 상황 고려 벌금 분납 등 허용 확대
경제생활 유지 위한 ‘집행유예’ 구형도 늘어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던 K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눈앞이 캄캄했다.

실직 이후 카드며 대출금 연체 등으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벌금을 몸으로 때우려고 해도(노역장) 팔 순을 눈앞에 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사정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받아들여지면서 K씨는 한달 20만원씩 5개월에 걸쳐 벌금을 낼 수 있게 됐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에 한해 벌금을 대폭 깎아주거나 분납, 또는 납부 연기를 폭넓게 허용하는 ‘탄력적 양형 기준제’가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기존에는 부득이한 사유(기초생활수급대상·차상위 등)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벌금분납을 허용했지만 최근에는 생계곤란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이를 통해 올들어 이달 20일까지 벌금을 내지 못한 261명에게 벌금 분납 또는 납부연기를 허가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벌금 납부 능력이 없거나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고액 벌금이나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구형, 경제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달 13일 현재 74명이 교도소 대신 생활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지검 관계자는 “형사사법절차에서 생계곤란자 등에 대해 경제상황을 고려해 적절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대신 불법 대부업자나 고금리 사채업자 같은 민생침해사범에 대해서는 단속 수위를 높이는 등 도민들이 편안하게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까지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탄력적 양형 기준제 시행으로 벌금 미납으로 수배된 사람이 자진신고하고 미납 벌금의 20% 이상을 납부하면 분납 또는 납부 연기를 허가한 뒤 지명수배 해제 및 노역장유치 집행을 유예 받을 수 있다.

분납을 하게 되면 절차에 의해 지명수배를 해제하거나 처음부터 지명수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벌금 미납자들이 사회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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