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조·국립제주박물관장>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이 1909년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흔히 박물관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겠지만 박물관은 그동안 우리 곁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장소이며 삶의 풍족함을 더해주는 공간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박물관은 지난 100년의 세월동안 많은 진화과정을 거쳤습니다. 최초의 박물관은 지난 왕실에서 관리해온 여러 가지 진귀한 유물을 전시하는 장소로 출발했지만 곧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장소로서 국공립박물관이 늘어나게 됐고 1980년대 들면서 박물관의 사회교육적 기능이 강조돼 박물관은 우리의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공간으로서 역할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보존, 전시, 교육기능에 문화복합공간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박물관이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풍족한 삶의 휴식터로서 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이 설립한 다종다양한 형태의 사립박물관을 늘어나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제주도에는 많은 박물관이 있습니다. 숫자로만 이야기해도 많지만 그 다양성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타지역에도 박물관은 있습니다만 제주도처럼 접근성이 좋고 자연과 예술과 문화 등 모든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박물관이 모여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야 말로 박물관 천국이지요 

하나의 박물관을 짓기 위해서는 건물이 아닌 그 안에 있어야할 많은 물질자료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수집한다는 것은 왠만한 정성이 아니고는 할 수도 없고 그 자체가 엄청난 노력의 결실입니다. 박물관을 만든 사람들은 그 한가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며 박물관설립은 그동안 자신들이 모은 진귀한 것들을 자신만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는 공공이익을 위한 행위입니다. 이렇게 대단한 정성이 이곳 제주 땅에 널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에 이 많은 박물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관광자원입니다 어떻게 보면 박물관을 만든 모든 분들에게 제주도는 감사해야 하지 않을 까요.

그러나 이 좋은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어느 정도 일까요. 여러분들은 제주도에 있는 박물관 중 몇군데를 가보았는지, 제주도정은 이 박물관들을 위해 어느 정도의 지원과 이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주도에는 자연문화유산과 역사민속문화유산들이 즐비합니다. 이 많은 자산들은 자연이 그리고 선조들이 빚어내고 간 작품들입니다.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긴 세월 간직한 유산들을 스쳐가는 시간에 잠시 머물며 감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즐기고 볼거리가 있는 이곳 제주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입니다. 그 만큼 혜택을 받은 우리가 좀더 가꾸고 우리의 미래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줘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말 자녀들의 손을 잡고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 가보십시오. 세상을 풍족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같이 나눌수 있는 문화마인드를 갖는 것입니다.  문화마인드는 어릴때부터의 많은 경험이 기반이 되고 찾아가서 많이 봄으로써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저도 내일 가까운 미술관에 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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