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장치’ 없는 부랑인 200~300명 추산…지난해 행정기관 의뢰만 313명 급증
‘생계수단’ 마저 없어야 시설 수용 가능, 인력·예산 부족 체계·전문적 관리 ‘미흡’

생계난 등을 이유로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데다 경제 능력도 없는 부랑인이 지난 한해만 502명이나 시설을 찾았지만 연말 수용인원은 161명에 그치는 등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거리를 떠도는 사람이 최소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공개한 ‘2008보건복지가족통계연보’에 따르면 도내 부랑인 생활 시설은 모두 2곳으로 2008년 말 현재 161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과 2005년 한해 동안 150명과 165명의 부랑인이 행정기관 등을 통해 시설에 입소했던데 반해 2006년 60명, 2007년 31명 등으로 줄었다.

하지만 2008년 행정기관 의뢰로 부랑인 시설에 들어온 인원만 313명에 이르는 등 한해 동안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적극적인 행정 대처 외에도 장기 경기침체와 가족해체, 노숙자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건복지부령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 운영규칙’에 따르면 노숙인은 일정 주거 없이 상당 기간 거리에서 생활한 사람으로, 부랑인은 일정한 주거와 ‘생업 수단이 없이’ 상당 기간 거리에서 생활한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다.

노숙에 생계 수단마저 없어야 부랑인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여기에 통계치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단 시설에 인계되고 난 뒤 역시 문제다.

그나마 연고자에게 인도(19명)되고, 직업 자활(14명)이나 전원(3명)을 통해 살 길을 찾은 경우는 다행이지만 도망 등 무단으로 퇴소한 사람만 81명으로 전년 33명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복지부 지침상 입·퇴소가 자유로운 만큼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운데다 관리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 보호 요청에 대응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상인(9명)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67명)이 함께 수용되거나 5명 중 1명꼴(최종 수용인원 기준 32명)인 여성 부랑인지적(38명)·지체(21명)·시각(3명) 등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해 차별화 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등 단순 보호 기능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사는 “불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거리로 나와 떠도는 노숙자도 늘고 있는 데다 이중에는 일거리 등을 찾지 못한 채 질병이나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적잖다”며 “‘바깥 생활’에 익숙해지기 전인 노숙자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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