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화해·상생으로 가야”

   
 
   
 
 "음지에서 양지로, 아픔에서 반성으로, 그 다음 화해와 상생으로 가야한다"

 제주4·3에 대한 예기가 금기되던 시절 4·3의 발발 배경과 원인을 알리는 '제주민중항쟁 1·2'를 저술, 투옥됐던 제주출신 김명식씨(65)는 제주4·3의 나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31일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만난 그는 "지난 26일 제주를 방문한 뒤 정뜨르비행장 유해발굴지를 방문했다"며 "이곳 발굴지에서 뼈만 남아 있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울음을 확인했다. 이것이 바로 4·3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4·3이 금기되던 시절과 정부차원의 조사와 사과 등이 진행된 지금의 현실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4·3이 양지로 나와 화해와 상생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일부 역사학자와 기관 등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작은 북촌리 마을에 평화의 꽃이 피고 있다"는 말로 너븐숭이 4·3기념관 개관 의미를 부여한 그는 "북촌리 뿐만 아니라 '무명천 할머니'로 잘 알려진 진아영 할머니 집을 방문했을 때도 살아 있는 역사의 꽃이 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기념관은 단순히 기념식을 치르는 곳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의 한 곳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4·3의 나갈 방향에 대해 "4·3의 진실에 대해 모두가 진실이란 같은 잣대로 바바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정에서부터 교육이 되고, 이를 위한 교과서를 만들고, 학자들은 세계사에 이를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잘못한 사람, 잘한 사람을 따지지 말고 큰 사건에 의미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헌법소원 등 보수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그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들이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와 별개로 교육현장에서 4·3의 진실을 꾸준히 알리고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과거는 진실과 정의의 잣대가 필요한 시대였다면 지금은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희생자의 뼈에 살을 붙일 때"라며 "이를 통해 희생자의 이름을 찾고 그들이 바라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할 때 비로소 평화라는 꽃이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민중항쟁 1·2'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씨는 4·3 역사가 자유롭지 못한 시절 수많은 4·3 관련 저술 활동과 강연으로 투옥됐으며, 지난 1998년 4·3 50주년에는 동아시아 평화 국제학술대회를 조직, 국제사회에 4·3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현민철 기자 freenation@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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